유통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농산물중매인조합연합회등은 중매인
의 도매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농안법)에 반발하여 지난 3일부터 경매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 야채의 서울시내 소매값이 20~30% 올랐으며 반대로 산지의 생산자
가격은 절반가까이 폭락했다.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개정 농안법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역설적인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다음의 몇가지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이해갈등이 있을 때마다 단체행동을 통해 자기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이기주의를 단호히 뿌리뽑아야 한다. 이해집단은 기득권 또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단체행동이 불가피했다고 변명할지 모르나 그러한 이해관계
가 시민생활의 편익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앞설수는 없으며 앞서서도
안된다.
둘째는 경제및 사회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법과 제도를 바꿀때 생기게
마련인 이해갈등, 정보부족, 시장혼란등 조정비용을 최소화하도록 힘써야
한다. 얼마전 버스운수업계의 노사대립때 "준법투쟁"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데서 알수 있듯이 법과 현실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
우리실정이다. 이때문에 과도기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와 조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의 경우 지난해 6월에 개정 농안법이
공포된뒤 시행이 유보된 지난 1년동안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은 주무부처의
책임이 크다.
셋째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구조의 개선은 적극 추진돼야
한다. 고도성장을 계속해온 지난 30여년간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증대에 급급한 나머지 유통개선을 꾀할 틈이 없었다. 그동안의
왜곡된 유통구조는 관행과 기득권으로 굳어져 "경제의 암흑대륙"으로
팽개쳐졌다. 아울러 농수협등 생산자단체가 농어민위에 군림하고 선거때나
동원되는 준여당조직으로 이용한 정부잘못도 유통낙후의 큰 원인이다.
유통구조개선은 불완전정보및 불완전경쟁의 완화로 요약되며 농안법의
핵심도 정보우위를 바탕으로 한 중매인의 매점매석을 막는데 있다. 따라서
전국적인 유통정보체계의 구축, 대량소비자의 경매참여확대, 보관 수송등
유통관련업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말총을 사들이자 양반이 갓을 쓰지 못하고 과일을 사모으자 제사상을
차리지 못하는 허생전 얘기가 몇백년이 지난 지금도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이해단체는 확실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