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 옷자락을 꽉 붙잡고 조심조심 올라와요"

나는 바위에 간신히 뿌리박고 있는 말라비틀어진 풀포기를 한손에 거머
쥐고 다른 한손에는 옷자락 한끝을 잡고 가파른 암벽에 드러눕다시피 하여
끌려 올라갔다.

조금만 머리를 일으키면 미끄러져 떨어질 지졍이다. 쉽게 생각했던
산행코스였는데 의외로 어려웠다.

선두는 가까스로 올라갔고 등산에 별로 경험이 없는 내가 두번째로 섰기
때문에 다음사람을 위해서도 어떻게든 올라가야만 했다. 일행중엔 반수
가량이 50대이상의 여자들이었다.

간단한 산행이라고 생각해 아무런 등산장비도 준비하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로프가 될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천신만고끝에 올라온 나는
아래에 있는 일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할수없이 바로전날 안식구가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나의 골프웨어로 사온
제법 값이 나가는 고아텍스 잠바를 벗어 로프로 대신할수 밖에 없었다.
자랑삼아 입고간 것이 생명줄이 될줄이야.

마침내 무사하게 올라온 모두는 그옷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옷은 사용첫날 제값이상을 해낸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옷을 볼때마다 4년전의 일이 떠오르곤 한다.

위이야기는 "오복회"모임의 부부동반 산행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오복회는 고교시절(경복고 31회)종로 5가 근처에 살던 친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소모임으로 일명 5가패라고도 한다. 허남훈 전환경처장관 이용권
저작권 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이준환 원유관 이윤우등 산부인과 및 외과
원장 임학규 경기도의회의원 박병서 조진형군 등 자유업사장등 모두 20여
명이 오복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들은 1년에 4차례씩 부부동반으로 모여 산에 오르거나 야유회를 간다.
이같은 모임을 벌써 20년이상 계속해오고 있지만 우리들은 만날때마다 학창
시절 얘기로 대화의 꽃을 피우고 하루를 즐겁게 지내곤 한다.

복잡한 일상사에서 벗어나 어느덧 자심들의 분신이 돼버린 안사람과 함께
고교학창시절로 돌아갈수 있는 1년에 4번뿐인 기회를 5가패 우리들은 늘
기다리는 일 또한 즐겁다.

요즘 새정부 출범이후 민주화의 일환으로 청와대 앞길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들에게 학창시절 얘기는 더욱 실감을 갖게됐다.

자유당시절이던 그 당시 우리들의 등하교길이었던 경무대앞(지금의
청와대)에서 겨울이면 왁자지껄 눈싸움하던 일등이 종종 화제로 채택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