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의 "고양이들"을 보는 느낌은 참 "묘하다".
"미친 봄의 불길"에 휩싸인 듯한 황홀감에 넋이 빠지기도 하지만 한편
으론 왠지 우울해진다.

뮤지컬 "캣츠"의 고양이들이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고 있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이곳에선 지금 온통 고양이판이라 부를만한
광경이 빚어지고 있다. 무대에서는 원로 고양이에서 부터 거지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캣츠가 춤과 노래로 한편의 초대형
버라이어티 쇼를 연출해 낸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과 질리언 린의 안무를 충분히 소화한
연기자들의 가창력과 율동의 역동성이 단연 돋보인다. 고양이들은
무대에서만 노는 것이 아니다. 무대 양측면이 아닌 객석으로 퇴장하는
배우들은 관객에게 다가가서 갖은 재롱을 다 피운다. 어린 꼬마에게
무서운 표정을 지어 울리기도 하고, 관람석 사이를 사뿐사뿐 뛰어
다니기도 한다.

또 막간의 휴식시간은 팬서비스의 기회로 활용한다.
일부 출연진이 객석에 나와, 로열 박스석의 난간을 마치 고양이처럼
기어다니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캣츠"의 제작진들이 얼마나
프로정신에 투철한 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종일관 박수를
치느라 여념이 없는 객석의 반응은 다음말로 대변된다. "역시 듣던대로
대단하네요. 적지않은 돈을 내고 봤지만 전혀 아깝지가 않아요.

"그러나 이 말 뒤에 한가지 덧붙여지는 말이 있다. "눈이 높아져서
앞으론 우리 뮤지컬을 잘 안보게 될 것 같아요. 우리 것의 한계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착잡하기도 하구요"라고. 국내 뮤지컬의 낙후된
수준을 애기할 때 약방의 감초격으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제작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러나 이의 개선과
더불어 또 한가지 갖추어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 "캣츠"의 제작팀이
보여준 철저한 프로의식. 황홀과 우울이 교차되는 "고양이판"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