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소중한 모임이 있다. 이름하여 8인회! 우리 모임은 정말 우연히
이루어졌다. 70년대초 나와 군생활을 같이 한 이한규와 제대후에도 친교를
맺던중 그와 친한 친구들과 자주 소주잔을 기울일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다가 대학졸업후 직장을 가지고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만나기가 어려워
지고 소식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우리가 다시 만난것은 모두가 결혼
하고 각자의 사회생활에서도 어느정도 틀이 잡혀 가던 지난 85년무렵이후
우리는 그옛날 빈약한 주머니를 털어서 중랑교부근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
을 같이 한 기억등 지나간 청춘시절의 고뇌와 기쁨 그리고 추억들을 회상
하며 만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그때 모인 친구가 모두 8명. 그이름도
순박한 8인회가 구성됐다.

그후 우리는 매년 6회의 정기적 모임과 여름휴가를 맞춰서 같이 떠나곤
했다. 물론 모임은 부부동반에다 자녀들도 같이 참석함이 원칙이었다.

천리포에서 보낸 여름휴가, 군인친구의 초대로 그가 근무하던 휴전선에서
본 분단의 아픔, 시골 친구본가에 가족들과 떼지어 내려가 놀다 온 일등
많은 추억이 생겨났다. 그리고 가끔씩 부인몰래 남자들만이 모여 은밀한(?)
모임을 가질때가 있었으며 나중에 들통이 나서 부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우리 회원을 소개하면 학창시절은 물론 직장에서도 모범생으로 소문난
맏형격인 이한규(경의재단) 유압기계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낭만적이고 프로에 가까운 기타솜씨로 모임을 리드하는 이봉복(원창정공
대표) 단정하고 빈틈없는 자세와 정연한 논리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다가도
흥이 무르익으면 마이크를 놓지않는 박연수(인천시 지역경제국장) 이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를 자처하며 서울에 근무할때 멋지게 회장노릇을 해
보겠다며 회원들의 좋은일 나쁜일을 일일이 챙기는 현회장 배광용(육군
대령) 우리모임에 한번도 빠진적도 없고 지각도 없는 성실 그 자체이며
재치있는 말솜씨로 모임의 흥을 더해주는 김정호(쌍용건설 현장소장) 자신
의 비상한 생각은 주변머리에서 나온다는 기발한 이론을 제시하는 임재호
(한국은행:그는 40이 넘은 나이에 아들을 낳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듬직한 체구에다 두주불사이나 과묵한 조현신(한국투자
신탁)과 무역업체를 경영하는 필자등이다.

나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언제나 삶의 풍요함을 느낀다.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같이 있다는것은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