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비서실이 달라지고 있다. 박재윤 수석이하 20여명 구성원
들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보여주고있는 업무스타일
이라든지 관심의 주안점 등이 최근들어 눈에띠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
이다.

올들어 특히 뚜렸이 감지되는 변화의 흔적들은 대충 이렇다.

우선은 행정부 업무, 다시말해 경제부처 업무에대한 간섭을 최소화
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경제비서실은 우리경제를 실질적으로 끌어간
주역이었다.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등 경제부처는 크고작은
대부분의 경제정책을 청와대와 상의해야 했다. 많은 부분에서는 직접
적인 지시를 받았고 상의없이 일을 처리했다가 뒤늦게 혼줄(?)이 난적도
없지않았다.

이런 청와대 독주현상과 관련, 과천에서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청와대에
물어보라"는 유행어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 경제비서실은 특별한 몇몇사안을 제외하고는 경제부처
업무에 거의 간섭하지 않고있다. 박수석을 비롯 비서관들은"경제현안은
부처를 중심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있다.

작년의 독주현상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신경제를 출범시킨 해였던
만큼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있던 청와대의 역활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제는 신경제가 자리를 잡았고
정재석 경제팀이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만큼 종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경제비서실의 또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스스로 "국제화"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 했다는 점이다.

박수석은 최근 "국제화가 강조되고있는 마당에 청와대경제비서실이
이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며 비서관들의 "국제화마인드" 고취를 강조
했다.
이와함께 해외에서 열리는 주요 국제경제행사에는 비서실직원들을
파견, 세계경제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이미 지난2월중 2명의 직원이 개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현경제비서실이 짜여진후 처음있는 일이다. 김중수 경제제도비서관이
2월17일부터 4일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21세기위원회 첫 연차회의에,
거시경제제도 비서실의 변양호행정관은 12일부터 6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회의에 다녀온 것이다.

물론 이들의 출장기간은 업무나 여정에비해 너무 짧고 빠듯해 해당자
들은 "정신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무섭게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실감했다"며 "더이상 머뭇거릴 수 없음을
철저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경제비서실은 앞으로 이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자체적인
교육성출장프로그램을 마련, 직원들의 국제화 세계화마인드를 함양
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있다.

이밖에도 최근들어 박수석이 경제비서실의 업무양태를 거의 정상화
시켰다는 점도 조그마한 변화로 지목된다. 종전까지 휴일없이 일하는
비서실로 알려진 경제비서실이지만 올들어서는 가능한 일요일 등
공휴일은 쉴수있도록 박수석이 앞장서 배려하고 있다는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경제비서실이 달라지고 있는데대해 일부에서는 몇가지 그럴
만한 배경을 든다. 박수석의 지적대로 신경제가 정착되고 과천 경제팀
의 리더십이 복원된 탓도 있지만 박수석 스스로도 지난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더 원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중하나다.

솔직히 박수석의 이미지는 지난 1년간 다소 저돌적이고 고지식한 원칙
주의자로 청와대 안팎에서 각인되어있다. 이로인해 한편에서는 "답답한
사람" "일밖에 모르는 교수출신" 등의 비판(?)을 들어온것도 사실이다.
이런점을 감안 박수석은 좀더 유연한 모습으로 변신할 필요성을 느꼈
으리라는 분석이다.

박수석의 새로운 모습이 한편으로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과천 경제팀과의 호흡이 예전처럼 맞지않고
있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최근 잇슈가된 물가문제만해도 정책방향이
청와대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음으로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여론은
박수석과 정재석부총리간의 대화채널이 그만큼 원활치않았음을 지적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출범 만1년만에 이제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박수석과 청와대경제
비서실이 이런 변수들을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관심거리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