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TV채널을 돌리다 방송내용을 보고 눈길을 뗄 수 없었다.
단정한 차림의 일본인 요리사가 나와 기무치 담그는 법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싱싱한 야채의 영양가를 두고 두고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사과
보다 20배나 많은 비타민을 함유한 독창적 음식이라는 김치의 조리법을
소개하는 사람은 틀림없는 일본인 남자였다.

풍문으로 일본인들이 김치를 무척 즐긴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TV방송에서 일본인이 조리법을 소개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된 것이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병에 담겨있는 김치를 볼수 있는 것까지야 요즘
같은세상에 별게 아니지만 일본인들이 만들어 파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야릇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의 입맛이란 천차만별이고 제가끔이지만 공통점도 꽤나 많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난후의 거북함이라던가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모든
인종의 음식애 갖가지 양념이 들어간다든가 후식으로 입가심을 하는 것
등이 그렇다.

김치국제화의 가능성은 바로 이런점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에서 자란 교포 어린이들이 모든 한국적인 것을 부정하다가도 김치
앞에서 다소곳해지고 남몰래 김치 샌드위치를 만들어 학교에 갔다가 그
냄새로 난리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코리언 아메리칸과 가까워진 다른인종의 단짝들이 김치에 중독돼어 냄새를
피우며 돌아 다니기도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 대학생이 주말
기숙사에서 돌아와 어머니가 만들어준 김치를 맛있게 먹는 일은 한국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 대학생이 집에 돌아왔을때 보여주는 모습과 다를바가
없다.

유명한 컬럼비아대학 앞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김씨는 요즘 김치장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문이나 군것질꺼리등을 팔던 가게를 빌려 속을 태우다 궁여지책으로
매운탕과 김치,밥을 팔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아예 가게를 사겠다고
주인에게 배짱을 내미는 호기까지 생겼다.

냄새때문에 피하던 여러나라 학생들이 소문과 호기심에 끌려 하나 둘
발걸음을 하더니 이제는 단골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김치 샌드위치와 김치 핫도그를 새로운 메뉴에 첨가하고 은근히
기대를 품고있다.

빌딩숲에 둘러쌓인 맨하탄을 벗어난 곳에 있는 미국의 집들은 몇천평씩의
널찍 널찍한 마당과 뒷뜰을 갖는게 보통인데 할머니의 고집을 못이긴 한
한국이 가정에서 김치독을 앞마당에 묻었다.

알맞게 익어 군침이 돌던 참인데 밤새 김치독이 싹 비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두번씩이나 김치를 도둑질당한 할머니가 밤샘끝에 범인을 찾고보니 동네
청소부들이었다. 코를 싸매고 변한 음식을 새벽마다 치워 줬는데 도둑질
이라니 무슨 얘기냐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냄새를 못이긴 이웃들이 신고까지 했었다는 사연을 알게 된 며느리가
마을회의에서 시장에게 따졌다.

보기만해도 역겹다 못해 어지럽기까지한 이웃들의 이런 저런 음식을
꼽아가며 대들자 온 동네가 벌집을 쑤신 꼴이 되어버렸고 결국 시장이
중재에 나섰다.

그렇게 맛있는 일상음식이라면 서로 초대해서 맛을 익히고 냄새에도
익숙하게 해보자는데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수 없었고 때아닌 김치파티가
이어졌다.

그 마을의 잔치는 이젠 인근에서 알아주는 명물이 되었고 이웃잔치때마다
한국할머니는 요리전문가로 초빙된다.

알고보면 김치는 상당히 두텁고 폭넓은 팬들을 미국에 두고 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노인들로부터 월남전과 한국근무를 한 젊은 층등이
모두 김치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백인들은 매운 맛에 고개를 젓지만 스페인계통사람들은 오히려 맹탕이라며
더 매운 고추를 찾기도 한다.

서울 농대의 박효근교수등 학자들이 시어지지 않는 김치의 상품화 문제
들을 깊이있게 연구하고 있다는데 이제는 세일즈맨들이 나서야 할때가
된것 같다. 김치마처 저들에게 내줄수야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