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육.해.공에 걸쳐 대형참사가 발생하였다. 대형참사가 터지면
그때뿐이고 정부나 국민들 모두 곧 잊어버린다.

이번에도 작년의 악몽을 잊을만할때에 낙동강식수오염사건이 터졌다. 91년
낙동강페놀유출사고가 터진지 3년만에 또 비슷한 사건이 비슷한 곳에서
터지자 많은 사람들이 "우째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느냐"고 묻는다.

작년의 참사사건이나 이번의 낙동강 식수 오염사건,그리고 이 사건에 이어
세상을 또 떠들썩하게 한 장여인부도사건등 일련의 대형사건들을 보면서 또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아주 비슷한 유형의 요인들이 이 모두의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차근차근 두드려가며 땀을 흘려서 얻으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손쉽게 얻으려하는 일종의 졸속주의라고 할까. 또는 적당주의라고 하는
것이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것같다.

이번 낙동강 식수오염사건에 대하여 정부나 환경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만해도 그렇다. 댐과 수로를 건설하겠다느니 안동댐의 물을 많이
방류해야 한다느니 하수종말처리장을 많이 지어야 하겠다느니 온갖
대책일이 터져나오고 있다.

과연 안동댐의 수량을 조절하고 하수종말처리장을 많이 만든다고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될 것인가.

아무리 하수종말처리장을 많이 만들어 봐야 가정이나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는 모으는 시설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하수도관과 하수종말처리장을 연결하는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시설만 건설해서는 또 소용이 없다. 노후나 부실공사로 인해
하수도관이 새는 통에 가정폐수나 공장폐수가 온통 지하로 스며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하는데,그렇다면 하수종말처리장의 건설에
앞서 하수도관의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설령 엄청난 돈을 들여서 하수도관도 정비하고 연결시설도 건설하고
하수종말처리장도 대폭 확충했다고 하자. 그래봐야 하수종말처리장을
제대로 가동하고 운영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투자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면 지금 건설되어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은 제대로 가동되고 운영되고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 낙동강 식수오염 사건의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드러났고 또 한때
물의를 일으킨 감사원과 경기도 사이의 논쟁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났지만
우리나라 하수종말처리장은 시설도 엉망이고 운영도 엉망이요,가동률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하수종말처리장만 잔뜩 지어
놓으면 무슨 소용인가.

요컨대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좀 차근차근
짚어보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비단
낙동강식수오염사건 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오염문제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착실히 다져나가야 하겠다. 환경오염문제와 관련해
기본적인 것은 무엇인가. 좀 진부하고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환경오염
행위에 대해서 철저하게 감시하고 단속하며 결과에 대해서
엄격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모든 환경대책은 이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하며,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다른 모든 환경대책이
물거품이 된다. 감시와 단속과 응징이 철저하지 못하니까 공해업체들이
오염물질을 마구 방출하게 되며 감시와 단속과 응징이 철저하지 못하니까
공해업체들이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게 되고 또 그러니까
환경오염방지에 관련된 기술이나 기구 또는 시설에 대한 수요도 일어나지
않으며 환경오염방지기술이 잘 개발되지 않고 환경산업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 그러다 보니까 외국 선진국들이 자기들의 환경방지기술과 기자재를
우리나라에 팔아먹기 위해서 거꾸로 우리정부에 환경기준과 환경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다. 그린라운드라는 것이 별게 아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환경에 대해서 우리 정부에 요구해야할 것을 외국이 자기들의
물건을 팔아먹기위해서 우리 정부에 환경오염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하고 응징할 것을 요구하는것 쯤으로 그린라운드라는 것을 이해해도
무방하다. 아니,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