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BMW가 영국의 로버사를 인수,유럽자동차시장 세력판도에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BMW는 지난달 31일 로버사의 지주회사인 영국항공(BAe)과 로버사 인수계약
을 체결했다고 정식 발표했다. 인수조건은 BAe가 소유하고 있는 로버사 주식
전량을 8억파운드 (12억달러)에 현금매입하고 9억파운드 (13억5천달러)의
로버사 부채를 떠안는다는 조건이다. BMW는 이로써 로버사 지분의 80%를
장악하게 됐다. 나머지 20%는 로버사에 자본참여하고 있는 일본 혼다자동차
몫으로 남아있다.

BAe는 당초 혼다와도 로버사 매각협상을 추진했으나 혼다가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MW는 로버사 인수를 계기로 고급승용차와 로버사의 랜드로버등 지프차종
에 이르기까지 연간 1백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거대자동차회사로
급부상하게 됐다. 지난해 3. 2%였던 유럽자동차시장 점유율을 6.4%로 끌어
올려 맞수인 메르세데스벤츠사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7위자리를 굳힐
수 있게된 것이다. 이로써 BMW가 유럽시장점유율이 각각 11.5%,11.1%인
포드와 피아트의 입지를 조만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BMW가 로버사를 인수한 것은 경쟁력있는 차종으로 생산품목수를
늘리자는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자사의 고급승용차라인에 로버사의 차종을 추가,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로버사는 경쟁력있는 차종으로 승부한다는 방침
아래 생산품목을 대거 감축, 현재 로버200,로버400,로버600,로버800등
중대형승용차 그리고 지명도를 유지하고 있는 메트로 미니 몽테고 모델생산
에 주력하고 있다. 로버200-로버800시리즈 승용차는 혼다의 콘체르토
어코드 레전드와 자매모델로 생산기술및 엔진등을 공급받아 생산하고 있다.

BMW의 볼커 도펠펠트재정담당이사는 이와관련,"양사의 생산품목은
각각의결점을 이상적으로 보완,소비층을 넓힐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버사가 내놓고 있는 차량에 대한 소비자반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점도 빼놓을수 없다.

지난해 유럽 전체자동차판매량이 92년보다 15. 1% 줄어드는등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던 것과는 달리 로버사는 유럽자동차회사로는 유일하게
판매량이 늘어난 회사로 꼽혔다. 43억파운드(65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5천6백만파운드(8천4백만달러)의 세전순익을 기록했던 것.

영국 중부지역의 롱브리지와 콜리공장을 손에 넣을수 있다는 점도
인수의욕에 불을 댕겼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공장은 일본 혼다의 기술이 접목돼 유럽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장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더구나 이 공장에서는 BMW의
3시리즈 승용차와 경쟁할수 있는 로버600을 지난해말부터 출시,자사고급
승용차시장잠식이 예견되던 상황이었다.

결국 BMW의 로버사 인수는 지프차및 소형차시장에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외에 일본자동차기업의 생산성도입및 일본 자동차의 유럽시장
잠식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복합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로버와 혼다간 15년에 걸친 협력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피세트 슈라이더 BMW회장의 말에서도 확인할수 있다.

그러나 BMW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혼다로서는 BMW산하에
들어간 로버와의 관계를 청산할 것이 확실시돼 향후 두회사의 움직임및
BMW의 로버인수효과에 대한 분석이 유럽자동차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