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장영자씨도, 금융기관들도 그대로 였다"
강산도 변하는다는 시간의 흐름을 장씨도 잊었지만 금융기관들의
구태도 바뀐게 없었다.

장씨사건에 대한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금융기관들의 온갖 탈법 위규행위는 어쩌면 이번사고가 "대형"으로
비화하는 촉매가 됐다고 할수 있다.

현재 드러난 금융기관의 위규는 예금자비밀보호및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긴급명령위반, 동일인여신한도초과, 어음용지과다교부, 도장없이
돈을 내주는 불비취급 등 백화점진열대의 빽빽히 차있는 상품을 보는
듯 했다. 실명제위반은 동화은행 삼성동출장소와 삼보금고, 동일인여신
한도초과는 삼보금고, 어음용지과다교부는 서울신탁은행 이촌동지점과
농협신용산지점, 불비취급은 서울신탁은행 압구정동지점이 저질렀다.

이같은 위규행위는 금융기관과 장씨와의 사적친분관계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않지만 여지없이 "자금조성"이라는 미끼에 현혹돼 일어난다.

실명제를 위반한 장근복전동화은행삼성동출장소장은 93년 11월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장씨가 소유하고 있는 유평상사(대표 최영희)가 양도성
예금증서 1백40억원(할인금액 1백30억원)을 사준다는 "뿌리칠수없는"
자금조성유혹에 변칙배서를 해준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10월25-26일
하정림씨 예금 30억원을 예금주 허락없이 김칠성씨에 빼준 김두한씨
(서울신탁은행압구정동지점장)역시 자금조성에 걸려들었다.

"자금조성".
그로인해 사고가 터지면 쇠고랑을 차지만 "잘만하면 승진가도를 달릴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지점장들에겐 언제든지 빠져들수 밖에
없는 유혹의 강이다. 어는 은행, 어는 지점치고 수신경쟁이 불붙지않는
곳은 없다. 수신확대의 전위병인 각 은행지점장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어떻게든 외형을 늘려야하는 절박한 상태에 빠져있다.

자금조성이라는 검은 손을 쉽게 잡을수 밖에 없는게 지점장들의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상업은행명동지점사건, 정보사땅사기사건에 연루된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사고, 불이산업불법대출 등 대형금융사고의 한복판에는 치열한
예금경쟁이 여지없이 깔려있었다. 장씨사고에 말려든 금융기관들과
금액과 형태만 다를뿐 사고경위는 거의 똑같다.

"실적이 나빠 밀려나나, 사고가 터져 잘못되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시중은행 한지점장의 자조섞인 한탄이 비단 몇명에게 한정된 것만은
아닐것이다.

한때 모시중은행에선 은행장이 서울시내 지점장들을 매일 행장실로
불러 예금실적을 체크했다. 지점마다 나름대로의 예금계수를 정한 다음
계수를 채울때가지 행장이 직접 채찍질을 가했다. 실적을 못채우는
지점장들은 행장실이 "지옥"같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에선 단기실적을 지점장들의 인사이동에 반영하기도 했다.
외형확대가 고금리시절에는 통했다. 금리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은행돈을 빌리려는 기업은 얼마든지 있어 수신을 늘리는게 만사형통이었다.
세월이 변해저금리시대가 도래하고 외형보다는 수익이 더 중요해졌음에도
은행사람들이 거의 변한게 없음을 이번사건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상호신용금고의 동일인여신한도초과는 업무운용준칙위반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지점에서 빼놓지 않고 일어나는 일상적인 위규행위임이 또다시
드러났다. 당초 신용금고의 동일인여신한도는 5억원이었으나 금액이 너무
적다는 업계의 건의에 따라 자기자본의 5%로 확대했으나 이것도 깡끄리
무시됐다. 91년 7월 정보사사건이 터졌을때도 관련된 상호신용금고들도
대부분 동일인여신한도를넘겨 처벌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똑같은 형태의
위규가 발생한것이다.

은감원의 검사가 진행될수록 금융기관의 위규는 더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새로운 형태가 나타날지는 예단할수 없으나 외형경쟁이라는
근본원인이 "무모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금구조를 건실하게 꾸려가고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치중해야하는데
아직도 수신경쟁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외형경쟁이
구태를 떨쳐버리지 않는한 사고는 언제든지 터질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감독원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