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은 위기의식이 강해질수록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재육성을 통한 기술개발이야말로 마르지 않는 경쟁력의 샘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육은 종신교육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큰 특징이 있다.
천연자원이 없는 일본이 기술대국으로 성장한 주요배경의 하나다.
일본에서는 일반학교교육이 끝나도 기업을 통한 교육이 한평생 계속
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질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사내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신일철의 요시이 타케시(길정의)경영기획이사는 "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은 "알"정도에 불과하다. 넘겨받아 품에 안고 부화시키는 것은
기업에 주어진 의무다"고 얘기한다. 일단 회사에 몸담으면 연수라는
단어가 정년때까지 따라붙는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신입사원은
3~6개월의 연수기간이 있다. 물론 사무직으로 입사한 사람도 생산라인과
영업판매를 경험한다. 연수는 보통 3~5년 간격으로 이어져 평사원 계장
과장 차장 부장 임원이 된후에도 1~3개월씩 숙박을 해가면서 각직급에
맞는 연수를 해야한다.

이런 연수뿐만이 아니다.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한 각종 형태의 교육이
끝없이 이어진다.
"사내교육은 크게 세가지로 진행됩니다. 주로 회사내부에서 실시되는
OJT(On the Job Training), 해외연수나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Off JT
(Off the Job Training), 스스로 자기개발을 하되 회사가 시간을 할애
하거나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SD(Self Development)가 그것입니다. 어느
경우나 생산기술이나 현장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지요" 국립교육
연구소 이시자카 가즈오(석판화부)실장의 설명이다.

공장내에 자체기술교육센터까지 두고 있는 도시바의 오이타(대분)
반도체공장은 사내교육의 좋은 예다. 오이타공장은 집적회로의 양산기기
이다. 생산설비의 자동화도 상당히 진척돼 있다.
자연히 버튼만 누르면 되는 단순기능인력이 많아졌다. 고밀도 초고밀도로
발전속도가 빠른 반도체산업에서 버튼맨들만으로는 대응이 곤란해졌다.
반도체기술교육센터가 노리고 있는 것은 신설비가 주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정전반을 이해하는 인력의 배출이다.

훈련생은 한번 선발시 30~40명정도이며 오이타공장은 물론 관련회사
협력회사에서도 충원된다. 교육내용은 품질관리, 경리기초에서
집적회로(IC)기초, 제조공정별 표준작업, 회로도를 보는법, 외관검사방법
등 실기를 위주로 다양하게 편성돼 있다. 반도체와 관련된 다기능전문
인력은 자체적으로 배출하자는 것이 교육의 기본목표가 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공업대학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인재양성을
위해 힘을 쏟는 일본기업들의 노력을 대변한다. 이대학은 자동차회사의
부설학교이면서도 일본대학중에서는 최대규모의 반도체 제조용크린룸까지
갖추고 있다. 공작실습실장비는 중견기업의 공장설비에 버금간다. 철저히
실습위주로 교육이 진행돼 타대학의 이공학부보다 실험실습시간이 2~3배는
많다. 도요타는 이대학에 현장근로자들을 파견, 전문지식을 갖추게 하고
기술수준을 끌어올린다. 이대학은 마쓰다 스즈키 신일철 등 여타기업들
에까지 문호가 개방돼 있다.

닛산자동차역시 지난 87년부터 닛산테크노칼리지를 설립, 현장책임자를
양성하고 있다.
기업들이 교육에 애착을 가지는 데는 우수인력양성이란 목적외에
대학교육이 부실해 필요한 기능인력을 배출해주지 못한다는 불신도
깔려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수학교 등
기능과정을 밟는 젊은이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이는 사회밑바닥부터
기술기능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강화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아시아경제연구소의 이시자키 나오(석기채생)씨는 "대만도
그렇지만 일본은 전수학교라고 하는 기술전문교육기관이 아주 활성화돼
있다. 한나라전체의 기술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하부구조로 기술기능
인력을 양산해내는 교육기관이 넓게 퍼져야한다"고 말한다.

92년 현재 일본의 전수학교는 전국에 3천3백60개교. 대학과 단기대학을
합친것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분야도 디자인에서 호텔경영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교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크게 늘지 않는 대신
전수학교로의 진학자가 눈부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2년에는 54만
5천명이 진학해 고교졸업자중 30.2%가 곧바로 기능인력이 되는 과정으로
들어갔다. 80년에 비해 10%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정보처리과정으로 진학한 학생은 3만8천여명으로 6.5배나 늘어
났다. 불황으로 대기업에 인원이 남아도는 현실이지만 중소기업의 기능
인력부족은 변하지 않고 있다. 취업실적도 좋을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사내교육이 됐든 사회교육이 됐든 교육.기술에 대한 투자는 줄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시대가 오든, 가진것 없는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받은 인력과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으니까요" 신일철의
요시이 타케시이사의 말은 교육투자와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