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물건에 오직 한가지 가격만 있다는 `일물일가''. 국내 유통업
계에 고정관념처럼 굳어있던 이 원칙이 무너져간다.
대신 도래한 것이 `일물다가''시대. 똑같은 상품이라도 이제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값이 차이가 난다. 가전제품만 해도 이미 백화점에서는
재래식 대리점보다 10%가량 싸게 팔고 있다.
서울 용산이나 세운상가들에선 이보다 더 싸다. 그래서 메이커측이
정하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할인''을 전문으로 삼는 새 유통점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
다. 예전엔 일부 단체에서 만든 연금매장을 비롯, 할인매장이 그리 많
지 않았다. 하지만 유통시장 개방으로 외국산 각종 할인점들이 등장하
면서 일물일가는 힘을 잃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창동에 세운 디스카운트 스토어 `E마트''는 시중
과 똑같은 제품을 20%가량 공식적으로 싸게 팔다보니 손님들이 줄을 잇
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고객들이라도 교통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신세계측은 재미가 짭짤하자 올해 1-2개 더 만들 예정이다. 신세계
는 더 나아가 창고에다 물건을 가득 쌓아놓고 포장없이 그냥 판매하는
할인점도 구상하고 있다. 값은 디스카운트 스토어보다 더 싸진다. 불
경기와 알뜰구매가 늘다보니 재고상품 등을 싸게 파는 소규모 할인전
문점도 늘어났다.
울트라수퍼땡 플러스알파 씨티엠 DC1000 1천냥하우스 마트천 투데이
뉴스들이 줄지어 생겨나 인기를 끈다.
국내 할인시장이 커지다 보니 프랑스 카르푸르그룹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그룹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할인폭이 훨씬 큰 하이퍼마켓을
분당과 평촌에 세울 예정이다.
같은 장소, 같은 물건이라도 시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일부 백화
점에서 판매되는 채소와 과일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오후쯤이면 값이
내려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한국도 앞으로 제조업체가 아닌 유
통업체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러면 백화점마
다 판매가격이 달라 차별화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