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선악의 양만성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지적했듯이 최선의 종이자 최악의 주인이 돈이라는 존재다.

우리의 속담에도 이러한 돈의 속성을 은유해 주는 것들이 많다.

"돈이 양반" "돈이 제갈량"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수 있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돈으로 사람의 목숨을 살릴수 있는가하면 양심 명예 존경 사랑도
얻을수도 있다. 그만큼 돈의 위력의 대단하다.

그렇다고 돈의 존재가 만능인 것만은 아니다.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듯이
돈 또한 향기만을 지닌 것이 아니고 독기를 내뿜는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림이 없이 돈을 벌려하거나 스스로가 모은 돈이라고 해서
아무데나 마구 뿌려대다 보면 개인은 물론 사회에 엄청난 해독을 끼치게
된다. "그런점에서 일찌기 최영장군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아들에게 담긴 유언은 아직도 시사해 주는바 적지
않다.

그런데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돈을 외면하고 존재할수있는게 본성처럼
되어 버렸다. 경제활동의 기간이 바로 돈인 까닭이다. 문제는 돈을 어떻게
벌어서 쓰느냐에 있다. 스스로 일을 하고 노력을 해서 정당하게 번 돈
이라야만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값어치있게 써야만 돈의 힘을 그 자취를 남기게 된다.

아무리 정당한 방법으로 한푼두푼 모아 축재를 했다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쓸줄 모르는 구두쇠나 수권도 또한 돈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돈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 "돈은 더럽게 벌어도 깨끗이 쓰라"는
속담은 돈을 쓰는데도 도리가 있움을 일깨워 주는 불변의 진리다.

김밥장사로 평생동안 모은 재산인 37억상당의 땅을 지난 90년 충남대에
장학기금으로 기증한 고 이복순여사, 위안부생활과 미제물건장사로 모은
1억4천만상당의 재산을 장학사업에 희사하고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버린
40대독신녀. 돈을 정승처럼 쓸 표상들이었다. 이번에는 국민학교로 못마친
적이 한이 된 70대노부부가 목수일로 모은 14억재산을 서울대에 기탁해
엄동의 연초에 따사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어렵게 번 돈을 값지게 쓸 그들이기에 더욱 뭉클한 감동의 파상이 있다.
그동안 사정의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과 비리의 연루자들은 그들의 선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