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상제가 모든 동물들을 한곳에 모아 세모파티를 성대히 베풀었다.
상제는 파티가 끝나가자 "설날아침 천상의 궁궐에 먼저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1등부터 12등까지 푸짐한 상을 베풀겠다"고 약속했다.

느림보 우공은 이 분부를 듣고 걱정이 앞섰다. 그믐날 저녁 우공은 초저녁
잠을 설치며 생각에 골몰했다. "기발한"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무리 소
걸음(우보)이라 하더라도 남들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길을 떠나면 이길수도
있다"고 중얼거리며 문을 나섰다.

소가 한밤중에 길을 나서는 모습을 대들보 위에서 내려다 본 쥐는 소의
등에 내려앉았다. 설날 이른새벽 소가 상제의 궁궐에 맨먼저 도착했다.
그러나 궁궐의 문지기가 대문을 여는 순간 "무임승차"로 밤의 행진을 동행
한 쥐가 문안으로 뛰어들어가 제1착으로 골인했다. 새벽길을 질주해온
호랑이가 3위를 차지했고,발빠른 토끼는 도중의 언덕위에서 예의 단잠에
빠졌다가 4위, 그뒤를 이어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등이
힘겹게 입상했다. 12지(자추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순서는 이렇게해서
고정되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믐날 아침 고양이가 쥐에게
"설날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쥐는 "설날은 내일 모레"라고 대답했고 고양이
는 이말을 믿고 설다음날 혼자서 경주, 탈락하고 말았다. 이일로 고양이는
쥐를 영원한 적으로 돌렸고 자자손손 쥐를 추적하고 있다.

열두해의 동물중에서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친숙한 관계를 맺어온 동물은
단연 견공이 으뜸이다. 인류가 개를 사육한 것은 4만내지 6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의 현대인들이 "개사랑"에 흠뻑 빠져들기 훨씬 이전
에 개집은 우리의 안마당차지를 하며 더불어 살아온 셈이다.

개가 현대인의 사랑을 독차지한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인들이
잊어가고 있는 덕성을 개는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희노애락에
대해 개는 지나칠정도로 정직하다. 한번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점에
있어서도 덜된 오늘날의 인간들보다 훨씬 낫다.

금년은 개의해(갑술)라고 해서 개칭찬이 자자하다. 새해에는 사랑받는
개팔자만큼의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영특한 남의 진도개와 용맹스런
북의 풍산개가 반도를 가로지른 "원시림"에서 자유롭게 뛰놀수 있는 꿈이
부질없는 꿈이 되지 않기를 빌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