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의 음악문화가 자리잡기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하는 한해였다.

문민정부 첫해에 음악계는 외관상 화려한 모습을 보였다. 내로라하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내한공연을 가졌고 오페라극장이 개관돼 일찌기 유례
없는 많은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졌다.

음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실기위주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개교
됐고 대중과 클래식음악의 접목에 방송매체와 기업들이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

그러나 문화개방시대에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국음악가들과 외국공연기획사
외국음반사들의 문화침투에 대처하기위한 음악계의 진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우리식의 문화를 어떻게
창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음악계의 고민도 답보상태에 머무른 한해였다.

93년 음악계의 최대 이슈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개관이었다. 10년
간에 걸친 역사의 마무리작업으로 지난 2월15일 개관된 오페라극장은 우리
에게 문화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한 촉매제가 되었다.

지상6층의 원형건물로 오페라전문극장과 토월극장 자유소극장등 세개의
무대가 들어선 이 오페라에서는 10월부터 음악극축제가 열려 서울오페라단
의 "아이다"를 비롯한 6편의 오페라가 차례로 펼쳐졌다.

22일까지 61회공연에 8만7천명의 관람객이 오페라극장의 공연을 관람했다.

외국유명아티스트들과 유명교향악단들의 방한도 러시를 이루었다. 특히
성악공연이 가장 호황을 누렸다. 새해초부터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공연을 가져 음악팬들의 가슴을 설레게했고 이어 2월에는
호세카레라스와 9월의 조수미가 독창무대를 마련해 신선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젊은 연주자들의 내한연주회도 주목을 끌었는데 미도리 장영주
안네소피무터 기돈 크레머등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공연이 화제
를 뿌렸다.

장영주는 천재적인 음악성과 산뜻한 기교로 국내 팬들의 갈채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교향악에서는 세계최고의 교향악단인 비인필이 내한,꿈같은
선율을 들려줬다.

기존의 음악교육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것도 올해의 특기할만한 일이다.
3월 출범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실기평가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고
실기위주의 교육을 실시,전문음악인을 양성하는 교육체계를 처음 적용했다.

그리고 서울음대에서 전자음악을 커리큘럼에 넣어 변화하는 음악계의 일면
을 엿보게 했다.

방송매체를 통한 클래식음악 소개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KBS의 열린
음악회가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오페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일반인들도
클래식음악에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같은 외형상의 붐과는 달리 우리음악을 찾는 열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 "서편제"의 열기에 힘입어 국악에 대한 관심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으나 대중화에까지는 못미쳤다. 지방의 국악당 건립도없었으며 국악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설립도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내년을 "국악의 해"로
만들어 이제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자는데 합의한 것이 올해의 성과
라면 성과인 셈이다.

<오춘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