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퇴근길에 재벌회사임원으로 근무하는 친구두명을 불러냈다.

학교다닐때 공부잘하는 모범생이었고 졸업하고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벌회사에 들어가 남보다 일잘하여 승진도 빨랐던 우리동창들의 자랑이고
기대주였다.

더구나 둘이 모두 완벽을 추구하고 엄하기로 소문난 회장의 비서로서
중요한 일을 많이하여 가장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던 그들이었다. 그래서
만날때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을 탈없이 모신 너희들도 최고라고
덕담하곤하였다.

이들은 몇년전에 전무까지 승진하여 중책을 맡고있었는데 얼마전 인사에서
당연히 부사장으로 승진되리라던 기대와는 거꾸로 한친구는 "뒷자리"로,
다른친구는 "밑자리"로 밀려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위로도 하고
세상살이 회포도 풀까하여 술자리로 불러내게 된 것이었다.

술이 몇잔 돌아 거나할때 무엇이 잘 못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선대회장때부터 지금까지 몸과 마음을 다하여 죽도록 일했는데"하면서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인사다음날에 해인사에 가서 성철스님의
사리도 보고 어제는 백운대에 올라가 이생각 저생각 하다왔노라고 얘기할때
그의 눈에 가득한 깊은 슬픔과 고독을 보고는 나의 가슴도 아려왔다.

우리둘은 군복 물들여입고 군화신고 가난한 학창생활을 지내고는 공장짓고
수출하고 고속도로닦고 올림픽치르느라 밤낮을 잊고 휴일도 없이
죽기아니면 살기로 일하여 왔는데 이제 우리가 이루어 놓은 그 성공이
우리를 밀어내기 시작하였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고 야속하기가 그지없었다.

한친구에게는 그래도 참고 기다려보라고 하고 다른친구에게는 지금의
노력과 정성을 가지면 무엇을 해도 성공할테니 뜻한대로 그만두고 무엇인가
새로운것에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그리고는 서로 술 권하고,사람들이 술 권하고,회사들도 술 권하니 모두
어울려 "술 권하는 사회"가 되어 폭탄주 돌리다 모두가 취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