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각하셨습니다. 각하" "잘 생각한 건지, 잘못 생각했는지 알수가
없구려" "아닙니다. 이제 그길밖에 없다고 소생도 생각합니다. 그 결단을
내일 아침 회의때 밝히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각하,술은 이제 그만
하시고,잠자리에 드시지요. 결단을 내리셨으니 두 다리를 쭉 뻗으시고 푹
주무십시오" "아니,이다쿠라공,두 다리를 뻗고 잘 수가 있게 됐소?" "왜요?
벌써부터 전쟁의 결과에 대한 걱정 때문에요?" "그게 아니라. 그건 나중의
문제고." "그럼요?" "이다쿠라공이 조금 전에 얘기했잖소. 오늘밤에 무슨
일이 있을것 같다고" "아하,그일 말입니까? 각하,염려 마십시오. 철통같이
경호를 펴고 있는데,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아니요. 그렇지가 않아요.
경호를 하는 녀석들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소. 그속에서 나를 해칠 놈이
절대로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소"
틀린 말이 아니어서 이다쿠라는 얼른 뭐라고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요시노부는 술잔을 들어 쭉 비우고나서 약간 혀가 미끌미끌하게 헛돌아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아침 회의 때까지 기다릴게 뭐 있겠소. 당장 지금 결단을
밝힐테니까,중신들을 모이도록 하구려" "이밤중에요? 각하께서 취하기도
하셨는데요" "아니요. 괜찮아요. 안 취했어요" "각하,오늘밤이 두려워서
그러시는 모양인데,그러시다면 소생이 각하의 결단을 알리도록 하지요.
그러면 되지 않습니까. 당장 군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각하께서는 정식으로 내일 아침 회의때 중신들에게 밝히시면 되는
거고요. 그래야 각하의 위신도 서지요" "허허허."
껄껄 웃고나서 요시노부는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위신도 선다. 맞아,그래야 위신이 좀 서겠지. 내 본뜻과는 다른 결단을
내리고도 위신은 선 셈이 되는 건가? 허허허."
이미 취기가 지나쳐서 살짝 실성한 것처럼 보였다.

"안되겠습니다. 각하,일어나십시오. 제가 잠자리까지 모셔다
드릴테니까요" "괜찮아요. 나 아직 취하지 않았다구요"
그러자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시녀 두 사람이 얼른 문을 열고 들어와
요시노부를 부축해 일으켜서 침실로 모시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