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요시노부는 이슥토록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도무지 심란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다쓰"(화로 위에 이불을 덮은 일본식 난방장치)속에 두 다리를 묻고
앉아서 홀짝홀짝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조용히 방문을 열고 노중인
이다쿠라가 들어왔다.

"각하,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어서 오오. 날씨도 춥고 한데 이리 와서 같이 한잔해요"
"예,고맙습니다"

이다쿠라가 고다쓰 곁으로 와서 앉자 요시노부는 잔을 권하고,손수 술을
따라 주었다.

"귀공도 잠이 안 오는 모양이구려"
"예"
이다쿠라는 조금 웃으면서 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각하,바깥의 공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심상치 않다니,그게 무슨 소리요?"
"저.군사들의 동요가 있는 듯합니다"
"동요라니요?"
꽤나 주기가 있는 요시노부였지만 바짝 정신이 차려지는 듯 두 눈을
똑바로 떴다.

"저.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만 쇼군께서 교토로의 진격을 망설인다는
소문이 군사들 사이에 퍼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부 과격한 녀석들이
오늘밤에 각하를."
"뭐라구요?"
요시노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군사들이 오늘부터 바짝 더 흥분이 되어 있습니다. 에도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들었고, 또 에도군사들이 출병해 왔기 때문이겠죠. 내일 당장 교토로의
진격을 개시해야 된다고 야단들입니다. 그런데 각하께서 그 명령을 주저
하신다니까 일부에서."

"음."
술기운 탓인지 공포의 빛이 요시노부의 얼굴에 역력히 떠올랐다.

"각하,내일 아침 회의에서 아무래도 결단을 내리셔야 할것 같습니다. 이미
바깥 분위기가 각하께서 명령을 내리시지 않아도 진격을 개시할 것 같지
뭡니까. 군사들뿐 아니라,하다모도(간부급 무사)들까지가 그렇게 흥분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다쿠라공"
"예?"

요시노부는 취기와 두려움이 뒤섞인 그런 눈으로 이다쿠라를 멀뚱히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도리가 없구려. 도리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