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직무정지 필요성을 언급한 후 오전 한때 1430원 부근까지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했지만 점차 오름폭이 축소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며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분석했다.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4원10전 오른 1419원2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는 전날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은 선에서 마감했지만 장중 변동폭은 극심했다.원·달러 환율은 이날 1416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주간 거래 대비 90전 상승한 것이다. 환율은 오전 10시35분께부터 급등해 10시53분 장중 고가인 1429원20전으로 치솟았다. 한 대표가 ‘탄핵 반대’에서 입장을 선회해 윤 대통령 탄핵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데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2차 계엄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이날 오전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지수가 상승한 것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영향을 줬다.주간 거래에서 1420원대 환율이 나타난 것은 2022년 11월 4일 이후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계엄 선포 후 지난 4일 새벽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1442원까지 올랐지만 야간 거래는 거래량이 적어 쏠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성을 띄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를 통해 실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430원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대거 나왔다”며 “당국 개입으로 추정한다”고 설명
최초 핵폭탄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탄생했다. 연합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과 독일 나치 간 대결이었다. 양국 모두 핵 개발에 뒤지는 순간 패전할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미국이 1945년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13만 명이 투입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이번엔 옛 소련이 자극받았다. 미국에 스파이를 침투시킬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그 결과 미국 예상보다 빠른 1949년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그러자 미국은 3년 뒤 원자폭탄보다 수십 배 강한 수소폭탄을 만들었고 이듬해 소련도 금세 따라잡았다. 이후 두 나라는 핵무기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다. 1980년 초 양국의 핵탄두 수는 각각 1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양국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 감축에 들어갔다. 1986년 양국 정상 간 합의로 핵미사일 수를 6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양국 대결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주변국이 핵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서방국가 외에 중국 파키스탄 인도 북한 등이 핵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양자 대결이 다자 대결로 바뀐 ‘2차 핵 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0여 년간 세계 핵무기는 7분의 1로 줄었지만 핵 보유국은 9개국으로 늘었다.이젠 핵무기와 핵무장국이 동시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 세계대전망>을 통해 이 같은 시기를 ‘3차 핵시대’라고 명명했다.중국이 미·러와 함께 3대 핵 강국 구도를 형성하고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다. 핵보유국 문턱까지 온 이란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핵을 갖겠다고 벼르는 중이고, 우크
“오늘 무지개다리를 건넌 두희는 17년을 함께한 나의 반려동물이다. 나는 처음으로 두희를 마음껏 쓰다듬었다. 빳빳하지만 부드러운 털들이 손끝을 지나갔다.”정덕시 작가의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의 첫 문장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익숙한 기대를 깬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들이 쏟아진다.”타란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류로 독성을 지녔다. 정 작가의 소설은 한국경제신문과 은행나무 출판사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이다. 응모작 367편 가운데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개나 고양이와 달리 인간과 교감이 힘든, 거의 절대적인 단절 상태인 거미를 반려동물로 다룬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평했다.소설은 주인공 수현이 거미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거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갈등, 거미 두희를 인공적인 환경에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한다.요즘 유행하는 ‘펫로스’란 주제, 거미라는 독특한 소재에만 기대지 않는다. 이 소설의 미덕은 인간 중심적이고 따듯하기만 한 손쉬운 결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