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간을 제거하라는 첫째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마쓰다이라가 도대체 얼이 빠진 사람인가 싶었다. 서찰을
제대로 읽었다면 가장 요긴한 삼간의 제거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을 턱이
없질않은가.

요시노부로서는 열번회의의 구성도 물론 중요하지만,우선 삼간을 없애는
일이 더 간절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증오로운 자들이니 말이다.
자기를 이런 지경으로 몰아넣은 게 바로 그 삼간이 아니고 누구인가.

그런데 그에 대한 언급은 없이,열번회의의 구성에 앞서 납지부터 먼저
절반을 이행하라니,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따위 서찰을 무엇하러 가지고 온 거야!"
냅다 요시노부는 사신을 향해 호통을 쳤다.

사신 두 사람은 방바닥에 손을 짚고 머리를 숙인 채 바짝 굳어져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실은 무슨 영문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전인 마쓰다이라로부터 그저 서찰을 요시노부에게 전달하고 회답을 들고
오라는 분부만 받았던 것이다.

"마쓰다이라가 나를 농락하는 거야. 뭐야!"
요시노부는 그만 그 서찰을 북북 찢어서 두 사신 앞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리고 옆방에 대기하고 있는 시종무관들을 불러들여 두 사신을
하옥 시키도록 명령했다.

측근의 중신들은 그 두 사신을 사형에 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시노부는 며칠 뒤 그들을 석방했다. 마쓰다이라가 보내기는
했지만,어쨌든 조정의 결정을 전하러 온 사신인데,그들을 사형에 처한다는
것은 곧 조정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돌려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두 사신을 돌려보내주면서 요시노부는 말했다.

"돌아가거든 마쓰다이라에게 전하라구. 내가 아주 섭섭하게 생각하더라고.
그따위 서찰을 보내다니,나를 모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 뭐야. 내가
첫째로 요구한 삼간의 제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니 말이야. 그래서
화를 내어 서찰을 북북 찢어버렸고,투옥이 되어 사형 당할 날을 기다리다가
내가 특별히 관용을 베풀어서 돌아왔다고 보고하라구. 내 측근들은 너희
두 사람을 사형에 처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어. 그러나 내가 살려서
돌려보내주는 것이라구. 알겠지?"
두 사신은 그 은혜 백골난망이라고,머리를 깊이 조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