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세사람 사이에 합의가 된대로 오쿠보는 맞불작전,즉 외교적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요시노부는 서양 여섯나라
공사를 오사카성에 초대해서 만찬회를 베풀어가며 재신임을 얻어냈는데,
그것는 굴욕적이라면 굴욕적이라고 할수 있는 방법이 아닐수 없었다.
새로 발족한 유신정부는 그런 저자세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대양이를 위해서도 어디까지나 정정당당한 방법을 취햐야 된다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일차적으로 각국의 공사관에 문서로써 공식적으로 왕정복고에
의한 유신정부의 탄생과 막부의 폐지를 알리고 앞으로의 외교교섭을
유신정부와 취해주기 바란다는 통고를 하기로 했다.

그 문안을 오쿠보는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짐은 대일본국의 천황으로 열번(열번)의 영수인데,이번에 쇼군이 그
권력을 짐에게 봉환한다기에 허락하였노라. 여기에 열번회의를 열어
결의된 사항을 다음과 같이 귀국에 통고하노라.

첫째,짐은 국정을 위임했던 쇼군직을 폐지하였노라.

둘째,대일본의 앞으로의 정치는 내외의 일 전반을 열번회의에서 논의한
연후에 총재의 상신을 받아 짐이 최종결정하노라.

셋째,국제적인 조약은 지금까지 쇼군의 이름으로 체결해 왔는데,그것을
전부 짐의 이름으로 대체하기로 하노라. 그러기 위하여 짐의 특사와 서양
제국의 공사가 협의를 가지기 바라노라. 그때까지는 구조약을 그대로
따르기로 하노라.

그 문안을 오쿠보는 곧 각료회의에 상정했다. 기안자인 오쿠보가 그것을
작성하게 된 까닭을 설명하고 문안을 읽어 나갔다.

회의장에 줄줄이 늘어앉은 중신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오쿠보의 문안 낭독이 끝나자,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입을 연것은
마쓰다이라요시나가였다.

"조정의 문서에 속임수를 써서는 안되는데요"
속임수라는 말에 오쿠보는 아연 긴장하며, "속임수라니,그게 무슨
소립니까?" 하고 물었다.

"문안에 열번회의를 열어 결의된 사항이라는 말이 있는데,언제 열번회의를
연 일이 있나요? 다섯번이 참가했을 뿐인데 어떻게 열번회의라고 할수
있죠? 거짓을 적었으니 속임수가 아니고 뭔가요? 외국공관에 그런 속임수의
문건을 보낸다는 것은 될일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