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이며 죽마고우라는 인연과 우정도,그리고 존황양이의 기치를 들고
막부 타도와 왕정복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활약했던 같은 지사로서의
동지애도 권력 앞에는 다 소용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듯 그들 두 사람은
그로부터 십년 뒤에는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되고,결국 둘 다 비극적
대결을 맞이하고 만다. 죽마고우가 불구대천의 원수로 끝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성격과 사고의 차이에서 비롯된 운명의 짓궂은 장난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날밤 양이에 관한 문제는 오쿠보와 이와쿠라가 말하자면 대양이
쪽이고,사이고가 소양이 쪽이었으니,결국 이대일로 사이고가 판정패를 당한
셈이었다.
그래서 요시노부의 서양 세력으로부터의 재신임 획득에 대응하여 이쪽
에서도 맞불작전을 쓰기로 결정을 보았다. 맞불을 어떻게 지를 것인지,그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해서는 오쿠보가 기안을 하여 조정의 공론에
부치기로 했다.
외교적인 대응 문제에 이어서 요시노부에 대한 다음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교환했다. 그 문제에 있어서는 사이고의 의견이 채택
되었다. 강경하게 밀어붙이자는 것이었다. 요시노부가 오사카로 옮겨가서
그곳에서 서양 세력들과 손을 잡고 대결할 자세로 나오니,어떻게 해서든지
무력 도발을 유도해서 이번 기회에 막부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유신정권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절대적이라는
것이었다.
자기 입으로 대정봉환을 선언했고,또 유신의 단행으로 정이대장군 직이
폐지되었는데도,요시노부가 막부의 쇼군으로서 서양 공사들에게서 재신임을
얻어낸 것은 사관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래서
우선 사관납지의 완전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니시키노미하다(금어기:비단으로 만든
황군의 깃발)를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사이고가 술기운이 혼혼하게 어리는 그런 눈길로 이와쿠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래요?" "이제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 진영군사는 모두가 천황폐하의
부하들이니까,깃발을 니시키노미하다 하나로 통일해야 될 것 같아서 서둘러
만들게 했지요. 사쓰마군이니 조슈군이니 하는 것이 이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전부가 황군이거든요"
"그렇고 말고요. 그거 좋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사기가 더욱 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