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모,오스트리아의 빈공항. 새벽 4시 파리행 항공기가 연착되어
한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대합실에는 많은 승객이 기다리다못해
졸음과 추위를 견디며 쭈그리고들 있다. 뜨거운 커피가 간절하게
생각났지만 카페는 굳게 닫힌채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출발 시간을 알리는 아나운스가 있자 항공사
여직원들이 커피와 주스 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모두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듯 생기를 뒤찾는다.

그런데 쟁반들이 탁자위에 채놓아지기도 전에 "우-"하며 한무리 떼지어
밀려 들더니 삽시간에 커피와 주스는 모두 그들의 차지가 되었다.
조금전까지만해도 시끄럽게 떠들던 대만의 단체 관광객들이다.

국제적인 도시의 공항,특히 유럽의 큰 공항은 피부색과 국적을 달리하는
여러 인종과 국민이 오가는 것이 마치 인종 전시장과도 흡사하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저도 모르게 여러 국민들을 관찰하고 감별하게되는 경우가
생긴다.

가이드를 앞세워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은 한국 일본 대만등 황색인종이
아니면 미국인 노부부들이다. 얼굴이 거무스레하고 무표정한 것은 타관에
일자리를 찾아 나가는 동구계나 아랍계이다. 후자는 대개 처자를 거느린
가족 대이동이다.

그런데 공항에서의 관찰은 하나의 흥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한다. 즉
말이 많은 국민과 말수가 적은 국민,두 부류의 구별이다. 다변형은 대개
무리를 지어 여행하는 국민들에 속하며 그들은 또 좌불안석으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짐을 뒤적거린다. 당혹스러운 것은 그들의 시끄러운 음성이
안하무인격으로 미술관이나 대성당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국민의 문화수준은 음성의 높고 낮음에서 알수 있다고 하거니와 우리
국민은 과연 몇점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