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21일 돌연 주요금리의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독일경제는 물론 실업증가와 경기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유럽경제에
일단은 숨통을 터줬다.

이번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는 우선 인플레와 통화증가세의 둔화전망등
국내적인 여건조성에 힘입은 것이다. 독일의 통화증가율(M 기준)은 7월의
7.4%에서 9월에는 7.0%까지 둔화되는등 분데스방크의 연말억제선인 6.5%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율도 서독지역에서 최근6개월치가 2.7%인데 비해 최근3개월치는
2.4%에 그치는등 점차 통제범위(2.5%)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일국내의 경제상황악화에 더큰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까지 인플레억제라는 고유목적을 이유로 금리인하에
소극적이었던 분데스방크가 실물경제의 심각한 현실을 인정하고 나선
셈이다.

분데스방크가 이날 재할인율과 시중은행에 대한 긴급방출자금에 적용하는
롬바르트금리를 각각 5.75%와 6.75%까지 비교적 큰폭인 0.5%포인트씩 내린
것도 유연한 태도변화로 보인다. 시장개입금리인 14일짜리 환매채금리를
6.4%로 0.27%포인트나 내린 것도 그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환매채금리를 겨우 0.13%포인트 내렸던 것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재할금리는 올들어 6번째,롬바르트금리는 7번째로 내린
것이다.

이로써 독일금리는 통독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분데스방크내에서 비교적 국제통인 한스 티트마이어 신임총재가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첫번째 취한 금리인하라는 점에서 주변국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금리인하는 주변국들의 중앙은행들에 주요금리인하의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결정이
발표되자마자 벨기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가 앞다퉈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나섰다. 프랑스도 오는 25일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금리인하는 마르크화강세를 누그러 뜨리는 효과를
가져와 가격경쟁력회복을 통해 독일경제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상황에서 독일경제의 회생길은 수출회복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티트마이어 분데스방크총재는 "경기부진과 마르크화강세가 이번
금리인하결정에 반영된 유일한 두가지 고려사항"이라고 배경설명을 했다.

마르크화는 독일금리인하소식이 전해진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달러당
1.6635마르크를 기록,전날보다 0.0175마르크 떨어지는등 세계주요
외환시장에서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뉴욕에서도 마르크화는 대달러화가치가 전날의 달러당 1.6410마르크에서
1.6665마르크로 하락했다.

분데스방크로 하여금 이처럼 금리정책에 유연성을 보이도록 하고 있는
독일경제의 어려움은 최근 베를린에 있는 독일경제연구소(DIW)가 내년에도
서독지역경제가 실질성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데서도 알수 있다.

독일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업계도 수출이 내년에도 회복될
것같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분데스방크 스스로도 이미 경쟁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임금비용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독일산업계에 마르크화의 계속적인 강세는 설상가상의
고통을 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독일 주변국들은 유럽환율조정체계(ERM)의 환율변동허용폭이 대폭
확대된후 다소 경쟁적으로 자국화폐의 평가절하를 허용함으로써 경기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뒤집어 보면 독일마르크화는 타의에 의해 또 다른 강세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독일 마르크화는 최근 3개월동안 주변
EC국통화에 대해 2%가량,미달러화에 대해 5.5%가량 절상됐다.

이같은 분위기변화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분데스방크가 금년내 몇차례 더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분데스방크의 재할인율이
연말에는 6%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