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공기업경영] (4) 독점가격 인상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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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인가,김기인한국담배인삼공사사장은 재무부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외제담배가 시장셰어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는데 이들 담배가 8백원이상의 고가여서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김사장의 설명이 있고 보름쯤 지난후에 시장에는 새담배
"하나로"가 선보였다.
가격이 높아야 경쟁력이 있다. 참으로 묘한 논리다. 담배값을 올려
원가상승등의 요인을 흡수하자는 속뜻외에는 얼른 납득이 가지않는다.
담배인삼공사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외국담배와의 경쟁을 가장
큰이유로 내세운다. "글로리"담배도 일제 "마일드 세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국민(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담배값을 올리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옛날 소비자가 아니다. 겉으로는 국산을 쓰자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값싸고
질좋으면 국산이건 외제건 가리지 않는다.
담배인삼공사가 외산담배의 시장잠식을 막기위해 새담배를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그효과가 별무라는 점에서도 이를 엿볼수있다. 예컨대 "하나로"가
나오기전인 91년 5.1%의 점유율을 나타냈던 외산담배는 92년 오히려
5.3%, 93년1~8월중엔 6.0%로 계속 시장을 넓혀가고있지 않은가.
신제품이 됐건,기존제품이 됐건 문제는 정부투자기관이 그것도
독점제품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있느냐는 것이다. 공기업
관계전문가들은 독점의 폐해중 하나인 안일한 경영을 첫째로 꼽는다.
원가절감내지 경영합리화 노력없이 비용상승분을 그대로 가격에 전가한다는
것이다.
독점제품의 가격전가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80년대초 일본의 신닛테스와 도요타자동차간의 철강재가격논쟁은 독점기업
의 가격결정논리가 어떠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논쟁은 "코스트+
이윤=가격"과 "가격-코스트=이윤"이라는 똑같은 공식을 놓고 벌어졌다.
당시 철강재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있던 신일철이 내세운 주장(첫번째)은
코스트가 얼마건 거기에 무조건 일정액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한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코스트가 오르면 가격도 따라서 오른다는 논리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업계의 대표주자인 도요타의 공식(두번째)은
가격을 올릴수가 없으니 코스트를 줄이지 못하면(또는 늘어나면)이윤에서
손해를 볼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가정을 설정할수
있다. 담배인삼공사도 신일철처럼 합리화 노력없이 비용상승분을 가격에
얹어 편안한 사업을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담배인삼공사의 예로 이
가설을 검증해보자.
92년 이회사는 2천7백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중 1천1백4억원은
출자자인 정부에 배당금형태로 주고 나머지는 사내에 유보시켰다.
1천6백35억원이나 번 것이다.
이처럼 많이 벌고도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별로 없었다.
R&D예산이 1.4%에 불과해 정부의 경영평가단으로부터 2.0%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실제로 매출액은 2조7천5백70억원(92년
기준)으로 전년보다 4.85%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줄어드는
등 비용절감노력이 소홀했다.
이 회사의 경영기획국 직원들까지도 "신탄진 수원등지의 8개 담배제조창을
4개로 줄이고 남원등지에 있는 6개의 원료공장도 절반정도만 있으면
충분한데 이들 공장을 그대로 두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담배인삼공사만 그런게 아니다.
이익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한국통신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이익은
독점적이고 비합리적인 요금체계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회사측은
서울~LA통화료는 분당 1천5백80원인데 비해 LA~서울 통화료는
3.68달러(약3천원)라며 우리나라의 국제통화료가 싸다고 자랑을 한다.
그러나 이는 아주 단순한 비교에 불과하다. 미국서 한국에 전화를
자주거는 사람들은 "월드 AT&T 프로그램"을 이용토록 하고있어 월 3달러의
약정료를 내고 분당 0.8달러(약6백50원)만 내고있다. 그러니까 한국통신이
국제통화료가 싸다고 말하는 것은 이같은 제도를 도외시한 표피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합리화노력에 소홀한 공기업,비용감각에 무디어 있는
정부투자기관.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과 서비스의 값은 경쟁의
상태(독점)가 어떤지를 여실히 나타내 주고있다.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다 따지고보면 독점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의도다.
"독점은 천재를 바보로 만들고 경쟁은 바보를 천재로 만든다"는 말을
곱씹어 볼때가 된것 같다.
<안상욱기자>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외제담배가 시장셰어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는데 이들 담배가 8백원이상의 고가여서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김사장의 설명이 있고 보름쯤 지난후에 시장에는 새담배
"하나로"가 선보였다.
가격이 높아야 경쟁력이 있다. 참으로 묘한 논리다. 담배값을 올려
원가상승등의 요인을 흡수하자는 속뜻외에는 얼른 납득이 가지않는다.
담배인삼공사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외국담배와의 경쟁을 가장
큰이유로 내세운다. "글로리"담배도 일제 "마일드 세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국민(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담배값을 올리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옛날 소비자가 아니다. 겉으로는 국산을 쓰자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값싸고
질좋으면 국산이건 외제건 가리지 않는다.
담배인삼공사가 외산담배의 시장잠식을 막기위해 새담배를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그효과가 별무라는 점에서도 이를 엿볼수있다. 예컨대 "하나로"가
나오기전인 91년 5.1%의 점유율을 나타냈던 외산담배는 92년 오히려
5.3%, 93년1~8월중엔 6.0%로 계속 시장을 넓혀가고있지 않은가.
신제품이 됐건,기존제품이 됐건 문제는 정부투자기관이 그것도
독점제품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있느냐는 것이다. 공기업
관계전문가들은 독점의 폐해중 하나인 안일한 경영을 첫째로 꼽는다.
원가절감내지 경영합리화 노력없이 비용상승분을 그대로 가격에 전가한다는
것이다.
독점제품의 가격전가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80년대초 일본의 신닛테스와 도요타자동차간의 철강재가격논쟁은 독점기업
의 가격결정논리가 어떠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논쟁은 "코스트+
이윤=가격"과 "가격-코스트=이윤"이라는 똑같은 공식을 놓고 벌어졌다.
당시 철강재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있던 신일철이 내세운 주장(첫번째)은
코스트가 얼마건 거기에 무조건 일정액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한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코스트가 오르면 가격도 따라서 오른다는 논리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업계의 대표주자인 도요타의 공식(두번째)은
가격을 올릴수가 없으니 코스트를 줄이지 못하면(또는 늘어나면)이윤에서
손해를 볼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가정을 설정할수
있다. 담배인삼공사도 신일철처럼 합리화 노력없이 비용상승분을 가격에
얹어 편안한 사업을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담배인삼공사의 예로 이
가설을 검증해보자.
92년 이회사는 2천7백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중 1천1백4억원은
출자자인 정부에 배당금형태로 주고 나머지는 사내에 유보시켰다.
1천6백35억원이나 번 것이다.
이처럼 많이 벌고도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별로 없었다.
R&D예산이 1.4%에 불과해 정부의 경영평가단으로부터 2.0%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실제로 매출액은 2조7천5백70억원(92년
기준)으로 전년보다 4.85%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줄어드는
등 비용절감노력이 소홀했다.
이 회사의 경영기획국 직원들까지도 "신탄진 수원등지의 8개 담배제조창을
4개로 줄이고 남원등지에 있는 6개의 원료공장도 절반정도만 있으면
충분한데 이들 공장을 그대로 두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담배인삼공사만 그런게 아니다.
이익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한국통신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이익은
독점적이고 비합리적인 요금체계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회사측은
서울~LA통화료는 분당 1천5백80원인데 비해 LA~서울 통화료는
3.68달러(약3천원)라며 우리나라의 국제통화료가 싸다고 자랑을 한다.
그러나 이는 아주 단순한 비교에 불과하다. 미국서 한국에 전화를
자주거는 사람들은 "월드 AT&T 프로그램"을 이용토록 하고있어 월 3달러의
약정료를 내고 분당 0.8달러(약6백50원)만 내고있다. 그러니까 한국통신이
국제통화료가 싸다고 말하는 것은 이같은 제도를 도외시한 표피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합리화노력에 소홀한 공기업,비용감각에 무디어 있는
정부투자기관.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과 서비스의 값은 경쟁의
상태(독점)가 어떤지를 여실히 나타내 주고있다.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다 따지고보면 독점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의도다.
"독점은 천재를 바보로 만들고 경쟁은 바보를 천재로 만든다"는 말을
곱씹어 볼때가 된것 같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