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이 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 모양 자체부터 우선 살기가
등등하다. 사전을 들추어 보면 외국인혐오증세라는 설명이 실려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인 필립 레오나르트교수(하이델베르크대학)는
바로 이 제노포비아의 중증환자였다. 실험물리학 교수였던 그는 엘렉트론
음극선 형광 인광등에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겨 1905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미워했다. 특히 자신의 능력과
비등하거나 그를 앞지른 학자에 대해서는 증오내지 공포증을 느끼곤 했다.
예를들면 뉴턴의 이름을 일생을 통해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아인슈타인박사의 상대성이론도 그의 강의목록에서 아예 삭제해 버렸다.
노벨상을 받은다음 그는 더욱 협량해졌고 국수주의로 치달았다. 히틀러의
나치정권이 권력을 장악하자 맨 선두에서 이를 지지했다. 20년대 후반
그는 "독일물리학"을 창건,고립을 자청초고 아인슈타인 박사와 보아교수가
수립할한연구결과를 "유태인 물리학"으로 규정,매도했다.
나치의 몰락과 함께 그의 옹색한 "민족 물리학"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신도 비참한 생을 마쳤다. 그가 남긴 찬연한 연구업적은 편협한 나치
동조자란 오명과 함께 역사에 매몰되어 버렸다.
교통 통신의 비약적인 발달로 세계가 좁은 지구촌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김포공항을 한발짝이라도 나서면 국경선의
두께가 날로나 얇아져 가고 음을 실감한다. 탈국경선개념(borderless현상)
이 확고해 짐에따라 제노포비아 증후군은 이미 발붙일 곳이 없어진 세계가
되고 말았다.
민족의 정기를 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엉뚱하게 편협한
국수민족주의를 부채질하는 언동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걱정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우리의 국부가 대외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만큼
외국인을 무조건 미워하고 비하하는 자세는 득될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생산품을 사주고 사용해주는 바깥 이웃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씨가
없고서는 우리의 경쟁력이 뿌리를 내릴수 없는 노릇이다. 우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들을 X놈 O놈 식으로 부르는 제노포 비아식 말씨부터
순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