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긴장된 듯한 시선으로 나라하라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듣고있던
히사미쓰가 입을 열었다.

"아니,그럼 자네가 에게레스놈들 손에 목숨을 버리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저 한 사람 죽음으로써 사쓰마의 위기를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지요. 그리고 그일로 해서 대감어른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자네의 그 충성스러운 마음은 고마워. 그러나 그건 안될 일이야. 자네가
그 에게레스놈의 목을 자른 것은 내 명령에 의해서였다구. 명령에 따랐을
뿐인 자네를 내가 어찌 그놈들 손에 넘겨 죽음을 당하게 한단 말인가."
실내에 숙연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평상시처럼 근무를 하면 되는 거지. 그때 그
사건은 우리에게는 하등의 잘못이 없었다구. 말을 타고 행렬에 뛰어든 놈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법이 있나? 안그래?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나가서
근무하라구"

"예,알겠습니다"
나라하라는 다시 깊이 머리를 숙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나갔다.

중신들은 모두 어떤 감동적인 장면을 본 듯 가슴이 뿌듯하면서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듯한 그런 표정들이었다. 군신이 유의한 것을 목격
했다고나 할까.

논의가 다시 계속되자,오쿠보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논의만 계속할게 아니라,먼저 분명히 결정부터 하는게 좋겠습니다.
전쟁을 불사할 것이냐,아니면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
이냐,두 가지 중의 하나를 우선 결정한 다음에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의견만 자꾸 늘어놓아서는
끝이 없고,시간만 낭비가 됩니다."

그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한 사람씩 차례차례 자기의 의사를 표시해 나갔다. 전쟁 불사냐,
전쟁 반대냐,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이미 히사미쓰 섭정이 나라하라에게 한 말이기는 하지만,"그때 그 사건은
우리에게는 하등의 잘못이 없었다."는 의사를 털어놓았기 때문에 중신들은
그의 뜻을 좇듯 거의 모두가 전쟁 불사 쪽으로 기울었다.

전쟁 불사라는 강경책이 채택되자,다음의 논의는 순조로웠다. 다시 오쿠보
가 제의를 했다.

"일단 회담을 하는 척해서 상대방의 대표를 상륙시켜 붙들어 인질로 삼는
게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