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종업원 20인이하의 영세소기업이 소지한 비적격어음도 진성어음
인 경우 우선적으로 할인해주도록 했다. 또 한은 재할대상이 되지않아
어음할인에 애로를 겪고있는 중소기업체의 건설공사대전어음도 금융기관
에서 적극 할인해주도록 했다. 정부는 2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경제기획원
내무 재무 상공자원부차관, 한은 산은 부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2차
''경제운용종합점검위원회''를 열고 영세기업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지원자금
규모를 2천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늘려 비적격어음할인등에 지원키로 했다.
이날 회의는 또 실명제실시로 무자료양성화에 따라 세부담이 급격히
늘게될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93년도 새법개정안에 세금감면
방안을 반영키로 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공제사업 기금의 장기어음할인
한도 현행 매출액의 4분의1에서 3분의1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재무부는
이날 전국상호신용금고지부장회의를 열고 신용기금에 융통어음 할인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정부가 23일 2차경제운용종합점검위원회를 열어 중소기업지원방안을
집중논의하고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라
중소기업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반증한 것으로 볼수 있다.
유통 건설분야의 영세중소기업을 특히 강조한 것은 제조업체들이야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정부의 제조업우대정책에 따라 그런대로
견뎌가는 모습이지만 유통이나 건설쪽은 그렇지도 못한게 현실인 탓이다.

이경식부총리가 이날 "중소업체중 제조업체들은 정부조치로 어느정도
대응해 나갈수도 있으나 문제는 유통분야의 중소기업"이라면서 보완대책을
생각중이라고 밝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유통분야의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부대책은 이들이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과세자료가 드러나면 세금이
크게 늘것을 두려워하므로 세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출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통및 건설분야에선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자료거래가 노출될것을 우려해 거래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술 의류 가전제품등 무자료거래가 많은 업종일수록
심하다. 게다가 올들어 국세청이 두차례나 주류업체등 무자료업체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적이있어 실명제이후 가능한한 현금으로 거래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업체들은 추석에 대비해 발주해놓은
물량마저 취소하고 있어 관련업체들을 울상짓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무자료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업체에 따라 외형이 얼마나 늘어날지 알수 없어 당장
대책을 내놓을수없다는 얘기다. 이부총리가 중소유통업체의 외형이 완전히
노출된 후에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매출이 연간
3천6백만원미만인 과세특례자가 일반과세자로 바뀔때는 한계세액공제제도에
따라 세부담을 완화해줄수 있으나 일반과세자에 대해선 당장 세부담을
경감시켜줄 방도가 없다. 일반과세자에 대해 소득세율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이들과의 형평성문제가 고려된 것으로 볼수 있다.

중소건설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건설업체의 경우는 특히
자체발행, 또는 수취한 어음은 한은 재할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재 한은
재할이 가능한 업종및 분야는 물품매매 임가공 광공업 생산설비 건설 도로
및 해상화물운송 항만하역과 선박수리, 한은 총재가 인정하는 소프트웨어
나 데이터베이스산업등이다. 따라서 건설하도급업체들은 받은 상업어음을
단자사나 신용금고 또는 사채시장에서 비싼금리로 할인할수 밖에 없다.
특히 30%정도를 사채시장에 의존해왔다.

또 제조업체라 할지라도 종업원 20인이하의 영세중소기업들은 지원의
햇볕을 쬐기 어려운 처지다. 평소에 은행과 거래를 해본 경험이 없는
영세기업들은 "그림의 떡"이나 같다. 더구나 은행에서 할인이 안되는
비적격어음을 갖고 있기가 일쑤다. 정부가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해 주기로 한 2천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도 이들에겐 아직은
별도움이 안된다. 은행으로서도 떼일지 모르는 돈을 거래 한번 안해본
영세업체에 무작정 지원할수 없다는 것이다.

수출기업쪽은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이나 단자사등의 재원이 빠듯해질 경우엔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무역어음 할인재원이 주로 은행권의
CD, 제2금융권의 CMA BMF등에 의해 조달되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무역어음할인을 원활히 하기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이 교란을 겪게될 경우 그 여파는 곧 중소기업이나 수출업체로
밀어닥치게 된다. 이미 하루평균 부도업체수가 평소의 2배수준으로
늘어나는등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추석등 자금성수기에 대비해 사전에 보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