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03) 제1부 전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히사미쓰가 와키사카와 단둘이 회견을 하게 된것은 그로부터 또 며칠 뒤의
일이었다. 이튿날 당장 회견을 요청했으나,이미 결정이 내려진 일이고,
칙사인 오하라에게 통고도 했으니,그일로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거절
이었다. 화가 난 히사미쓰는 에도 번저에 와있는 친 황실파의 다이묘들을
동원하여 압력을 넣고,또 막부의 중신들 가운데서 공무합체론에 동조를
하는 사람들을 연줄연줄로 설득을 해서 기어이 회견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두 사람의 회견은 에도성의 소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히사미쓰는 회견장
에는 단독으로 들어갔으나,수행원으로 오쿠보를 데리고 갔다. 오쿠보는
소회의실 옆의 대기실에 혼자 대기하고 있었다.
회견은 처음부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히사미쓰와 와키사카
가 서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터이고,또 이미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하여 한쪽은 번복을 요구하고,한쪽은 그것을 막아내는 공방의 자리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히사미쓰는 그러나 유들유들한 여유있는 목소리로 지껄여댔고,와키사카는
다분히 신경질이 섞인 듯한 그런 음성으로 응대를 했다. 집요한 공격에
끈질긴 방어가 계속되었다.
"천황폐하의 요구조건인데,당신이 끝내 거절할 작정이오?"
히사미쓰는 노중인 와키사카를 "당신"이라고 부르며 마침내 목소리를
높였다.
"거절이 아니잖소. 계속 논의해본 다음에 확답을 하겠다는데,왜 당신이
나서서 자꾸 이러는 거요?"
와키사카의 입에서도 서슴없이 "당신"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계속 논의해볼 게 뭐가 있단 말이오? 수작을 부리지 마시오. 누가
그 술수에 속아 넘어갈 줄 아오? 나는 다 알고 있소. 당신의 속셈을."
"내 속셈이 뭐 어떻단 말이에요?"
"당장 거절하기가 뭐하니까,뒤로 미루는 척하는 게 아니고 뭐요. 이미
거절 쪽으로 결정을 해놓고서 말이요. 내가 다 알고 있다구요. 그것도
당신이 주동이 되어 그렇게 결정을 했잖소. 내말이 틀렸나요?"
"뭐라구요? 내가 주동이 됐다구요?"
"그렇소. 당신이 강경파의 두목이 아니고 뭐요"
"뭐,두목?"
"두목"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히사미쓰를 와키사카는 분노에 찬
눈길로 노려보았다. 잠시 팽팽한 긴장감에 두 사람은 숨도 멎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히사미쓰가 현저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안도노부마사의 일을 잊었소? 금년 일월달의 일이잖소"
일이었다. 이튿날 당장 회견을 요청했으나,이미 결정이 내려진 일이고,
칙사인 오하라에게 통고도 했으니,그일로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거절
이었다. 화가 난 히사미쓰는 에도 번저에 와있는 친 황실파의 다이묘들을
동원하여 압력을 넣고,또 막부의 중신들 가운데서 공무합체론에 동조를
하는 사람들을 연줄연줄로 설득을 해서 기어이 회견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두 사람의 회견은 에도성의 소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히사미쓰는 회견장
에는 단독으로 들어갔으나,수행원으로 오쿠보를 데리고 갔다. 오쿠보는
소회의실 옆의 대기실에 혼자 대기하고 있었다.
회견은 처음부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히사미쓰와 와키사카
가 서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터이고,또 이미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하여 한쪽은 번복을 요구하고,한쪽은 그것을 막아내는 공방의 자리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히사미쓰는 그러나 유들유들한 여유있는 목소리로 지껄여댔고,와키사카는
다분히 신경질이 섞인 듯한 그런 음성으로 응대를 했다. 집요한 공격에
끈질긴 방어가 계속되었다.
"천황폐하의 요구조건인데,당신이 끝내 거절할 작정이오?"
히사미쓰는 노중인 와키사카를 "당신"이라고 부르며 마침내 목소리를
높였다.
"거절이 아니잖소. 계속 논의해본 다음에 확답을 하겠다는데,왜 당신이
나서서 자꾸 이러는 거요?"
와키사카의 입에서도 서슴없이 "당신"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계속 논의해볼 게 뭐가 있단 말이오? 수작을 부리지 마시오. 누가
그 술수에 속아 넘어갈 줄 아오? 나는 다 알고 있소. 당신의 속셈을."
"내 속셈이 뭐 어떻단 말이에요?"
"당장 거절하기가 뭐하니까,뒤로 미루는 척하는 게 아니고 뭐요. 이미
거절 쪽으로 결정을 해놓고서 말이요. 내가 다 알고 있다구요. 그것도
당신이 주동이 되어 그렇게 결정을 했잖소. 내말이 틀렸나요?"
"뭐라구요? 내가 주동이 됐다구요?"
"그렇소. 당신이 강경파의 두목이 아니고 뭐요"
"뭐,두목?"
"두목"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히사미쓰를 와키사카는 분노에 찬
눈길로 노려보았다. 잠시 팽팽한 긴장감에 두 사람은 숨도 멎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히사미쓰가 현저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안도노부마사의 일을 잊었소? 금년 일월달의 일이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