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9일 우리의 체제운용과 관련하여 아주 소중한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지켜야할 기본적 원칙이면서도 이에 앞장서야할 권력에
의해 종종 무너졌던 기본틀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85년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단행된 국제그룹 해체조치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 그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최종심판결정에서 재무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그룹해체의 기본결정,인수업체결정,주식처분위임권을
받아낸 행위,제일은행장이름으로 언론에 발표케한 지시등은 사유재산에
대한 공권력의 부당한 침해이므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일지라도 법의
테두리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헌이라는 것을 처음 확인함으로써
통치행위도 법아래 있음을 분명히 했다. 통치행위는 법을 초월할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위험한 생각에 쐐기를 밖은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수단내지
절차의 존중이지 목적만을 제일주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점도 값진
교훈이다. 명분만 좋으면 무법적 수단도 가리지 않는 권력이나 사회풍조가
사실은 반민주적임을 경고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헌재는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헌법정신을 명쾌하게
천명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며 법에
의하지 않고는 사영기업을 국유.공유로 하거나 경영을 통제 관리할수
없다고 하는 경영권불간섭원칙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경제정책이나 국민적 정서가 우리의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하나의 사기업인 은행이 자율성을 잃고 관치금융으로 공권력이
가부장적으로 개입한것은 기업자생력을 마비시키고 시장경제적응력만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바로 우리현실을 적시한 것이다. 그런 일들이 무수히
반복되어 왔는데도 그것이 헌법정신과 어긋난다는 점을 일깨우지 않고
용인되어 온것이 사실이다.

국제그룹해체의 위헌결정은 양정모 전그룹회장의 원상회복문제와
관련,큰파문이 예상된다. 민사에선 "강압"의 증거가 없다고 양씨가
패소했으나 헌재가 강압을 인정했기 때문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헌재가 이번에 남긴 교훈대로 엄격히 법절차에 따르면 된다고 본다.
양씨가 억울하다 하여 법을 초월한 정치적 구제가 있어서도 문제이고 또한
경제적 충격이 있다 하여 법적 구제가 제한되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