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나는 남편의 널따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아내를
사이고는 지그시 끌어안으며, "나도 꿈 같다구" 하고 그녀의 귓전에
속삭였다.

오래간만에 그들 부부는 뜨거운 살섞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잠시 늘어져
누웠다가 사이고가 물었다.

"여보,아기의 이름은 지었나?" "아니오,혼자 살면서 뭐가 좋아 벌써 이름을
지었겠어요. 더구나 딸인데." "그래? 음- 그럼 이름을
지어야지,보자,뭐라고 지을까."
생각한 끝에 사이고는, "기쿠지로의 기쿠 자를 따서 기쿠코(국자)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말했다.

"좋네요" "기쿠지로,기쿠코,됐네"
두 살짜리 기쿠지로와 태어난 지 한달 남짓된 기쿠코는 엄마 아빠의 곁에
누워서 새근 새근 단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족의 단란한 생활은 불과 며칠만에 깨지고 말았다.
사쓰마의 번청에서 섬의 본역소로 명령이 하달되어 왔는데,사이고를
오키노에라부지마( 영양부도)로 이송하라는 내용이었다.

오키노에라부지마는 도쿠노시마에서도 또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그야말로
절해고도(절해고도)였다. 그섬에 시마나가시가 되는 것은 곧
종신형(종신형)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살아서 귀환하는 사람은
열명에 한명 될까 말까였다. 그리고 그섬에 가면 으레 옥에 갇히게
마련이었다. 사형 다음의 중벌인 것이다.

히사미쓰의 명령이었다. 교토와 에도를 거쳐서 사쓰마로 돌아온
히사미쓰는 사이고가 도코노시마에 보내졌다는 것을 알자, "안돼. 그놈은
오키노에라부지마로 보내버려야 된다구" 하고 내뱉었던 것이다.

아이가나의 비탄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불과 며칠만에 이렇게 다시
남편과 헤어지게 될 바에야 차라리 재회가 없었던 편이 나았을 게 아닌가.
아무러 가던 상처를 다시 들쑤셔놓은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그냥 눈물이 아니라,피눈물이라고 할수 있었다.

사이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더 암담한 심정인지도 몰랐다.
오키노에라부지마로 가다니,차라리 셋푸쿠가 나았을것 같았다.

아이가나는 다시 기쿠코를 업고,기쿠지로는 안고서 남편과 헤어져
아마미오시마로 돌아갔고,사이고는 묶인 몸으로 배에 실려 죽음의 섬과
다를 바 없는 오키노에라부지마를 향해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