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반역이라고는 할수 없지요. 중신은 더러 자기 주장도 할수
있는거 아닙니까?이번 사이고의 처사는 명령불복종죄에는 해당할지
모르지만,결코 반역은 아닙니다. 그리고 명령을 어기고 교토로 먼저 떠난
것도 실은 대감 어른을 위해서 한 일입니다. 교토쪽의 도막전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도 다 들은 말이
있다구. 그자는 겉다르고 속다르다니까. 그리고 자네는 왜 그렇게
사이고를 감싸고 돌려고만 하는가?아무리 친구라지만 공은 공이고,사는
사가 아닌가. 공사를 분명히 구별해야지. 그래서 내가 일부러 자네
손으로 그자를 붙들어 오라고 한 거라구. 알겠는가?"
"예,대감어른,잘알겠습니다. 그러나 대감 어른께서 사실을 오해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말씀을 드리는 거지요. 사이고가 아니라,다른
사람이었더라도 사실이 그렇다면 제가 대신 대감어른께 해명말씀을 드리지
않을수 없었을 겁니다. 이건 공적인 일이니까요"
오쿠보의 말솜씨가 보통이 아닌 줄을 익히 알고있는 터이지만,자꾸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게 못마땅해서 히사미쓰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약간 격한
어조로 내뱉었다.

"공적이고 사적이고,그만해!듣기 싫다구" "예,대감 어른,황송하옵니다"
오쿠보는 얼른 두손을 바닥에 짚으며 머리를 숙였다.

"사이고 그자는 당장 지금은 나를 반역하지 않을지 모르지만,장차 언젠가는
나에게 등을 돌릴 놈이라구. 내가 잘 알아. 심히 못마땅하지 뭐야"
"예,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돌려보내" "예?"
오쿠보는 번쩍 고개를 들고 히사미쓰를 바라본다. 셋푸쿠형은 면한것
같아 귀가 번쩍 했던 것이다.

"섬으로 돌려보내란 말이야" "아,그렇습니까. 다시 시마나가시로군요"
"그래,그자는 멀리 섬에 격리시켜 두는게 상책이라구" "예,예,그러지요"
오쿠보가 일이 잘됐다는 듯이 밝은 표정을 짓자,히사미쓰는 힐끗 보고는
덧붙였다.

"시마나가시를 시키되,전번의 그섬 말고,더 외딴 섬으로 보내도록 하라구.
알겠지?" "예,알겠습니다" "그섬에서 장가를 들었다니까,도로 그섬으로
보내면 그건 귀양살이도 아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