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는 지난4월 충주CC에서 실시한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26명에 대해 합격을 취소하고 재경기를 갖기로 결정했었다. 이에 대부분의
합격자들이 "자신들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증거를 대라"면서
이에 반발했었다.

특히 이들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별렀었다. 사태가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협회관계자들은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한때나마 전전긍긍했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원칙적으로 소송은 사실관계의 확정이 중요하고 그것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 이를 증거재판주의라 한다. 이러한 증거재판주의는 현대적인
민주적 재판제도가 확립된 이래 소송원리로서 공리화 돼있다. 이에
법률문외한이라도 다툼이 있는 경우에 "증거를 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증거재판주의는 기실 재판관의 "자의 배제"라는 미명하에 법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재판의 공정을 위한 한 가지의 방법일뿐이다.
소송을 하다보면 증거재판주의가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데 번잡하고
그릇되지 않았나 하는 오해를 사게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토머스 모어의 재판은 증거에 의하지 않은 재판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이 재판의 이념인 공정성을 해친 것이라고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개를 좋아하는 토머스경의 부인이 개 한마리를 선사받았다. 그런데 그
개는 어떤 거지여인에게서 훔쳐온 것이었다. 이 불쌍한 걸인이 어느날
모어부인이 개를 데리고 가는것을 보고 개를 돌려달라고 말했다가
거절당하자 싸움이 벌어졌다. 마침내 토머스경이 그러한 사실을 알게되자
자기부인과 걸인을 자기방에 불러 부인은 윗목에 걸인은 아랫목에 앉혔다.
그다음 자기는 개를 안고 그 중간에 서서 두여인으로부터 자신의 중재에
따를것을 동의받은 다음 두사람이 각각 개의 이름을 부르게 했다.

그 결과 개가 거지여인에게 감에 따라 그는 거지여인이 개를 갖도록
결정하고 나서 그 여인에게 개값을 주면서 개를 자기처에게 주기를
청하였더니 그 여인은 개를 다시 모어부인에게 주었다 한다.

한국의 프로골퍼선발시험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프로테스트의 응시생들은 "현행 선발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테스트에 합격하는 성적이면 정규투어경기에서 상위입상할수 있을
정도"라며 그같은 어려움은 기존 프로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불만에 가득차 있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수년간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사람은 매년 열명미만에 불과하였다. 사정이
이와같음에도 특정의 프로선발전에서 26명이 합격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의심받을만 하다고 사료된다.

합격자들이 재경기를 수락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필자는
그들 모두에게 스스로가 토머스 모어와 같은 훌륭한 재판관이 되어 이
나라의 골프계를 빛내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