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정보기관이나 비밀경찰이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인류가 낳은 가장 비인간적인 잔악행위를 저지른 나치스 독일의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나 스탈린 치하의 소련 NKVD(내무인민위원부)는 그
대명사처럼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리 소문없이
체포되어 협박 구타 고문을 당하고 끝내는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져
죽음에 이르렀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거의 그러한 상흔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비밀기관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냉업한 국내외현실속에서 국가통치권력이 존립해 나가는데
불가결한 필요악이 이들 비밀기관의 존재라고 말할수만은 없는 부정적
요소들이 있다. 통치권자의 뜻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나
소수민족 종교집단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밀기관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을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비밀기관은 대외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게 특성이다. 명칭은
알려져 있을지라도 구체적 조직이나 인적 구성,운영실태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것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붇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런데 영국의 비밀대내정보기관인 MI5가 최근 80여년동안의 금기를 깨고
조직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아일랜드공화군 소탕전과
방첩활동등 업무내용을 비롯 5개부서에 2,000명으로 구성된
조직,예산사용내역등이 줄거리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MI5의 총책인 스텔라 레밍턴여사(58)가
역대부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얼굴을 일반에게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일랜드공화군의 폭탄테러와 맞서 싸우는 지휘자의
모습답지 않게 섬세한 미모를 지닌 여성이라는 점이다. 또한 직원들중에는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도 비밀기관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있는것
같아 이색적이다.

지금까지의 픽션첩보물작가 가운데 MI5의 활동상을 사실에 가깝게 그린
사람은 없었다는 발표가 있은데 이어 유명 스파이소설가인 존 르카르가
과거에 자신이 MI5와 대외첩보부인 MI6에서 첩보활동을 했었다고 맞서 더욱
흥미롭다.

영국정부가 또하나의 공개행정의 모범을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