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 동안의 유배(유배)생활 끝에 사쓰마로 돌아간 사이고에게 섭정
히사미쓰는 중대한 임무를 부여했다. 막정(막정)의 개혁을 위한 자신의
구상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한것이다.

시마즈히사미쓰는 공무합체론(공무합체론)을 주창하는 터였다. 황실과
막부가 하나가 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난국에 처한 나라를 바로잡아
나갈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친막부파와 반막부파를 중간에서
절충하여 타협케 하는 안인 셈이었다.

자신의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우선 막부를 개혁할 필요가 있었다.
이이나오스케가 제거되기는 했으나,여전히 강경파들이 실권을
틀어쥐고,일시적으로 유화책을 쓰기도 하면서 막부의 권위를 수호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황실에 작용을 하여 막부 개혁의 칙서를 받아내
가지고 막부의 인사 개편을 단행할 작정이었다.

개혁에는 힘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히사미쓰는 번병(번병)을
거느리고 먼저 황실이 있는 교토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칙서가 내려지면
군사를 이끌고 에도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히사미쓰는 아직까지
에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교토뿐 아니라,에도의
사정도 잘 아는 사람으로 앞장서서 그일을 추진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황실에도 잘 통하고,여러 번의 명사들과도 교분이 있을 뿐 아니라,막부의
중신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람은 사쓰마에서는 단연
사이고다카모리였다. 그리고 그는 능히 그 개혁을 밀고나갈 수 있는
뱃심과 책략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성충조의 지사들이 적격자는
사이고뿐이라는 여론을 일으켰고,오쿠보가 적극 건의를 했다. 번청의
중신들도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히사미쓰는 사이고가 못마땅해서 그일을 오쿠보가 맡아 앞장서서 추진해
주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오쿠보는 출중한 인재이기는 했으나,아직
사쓰마의 인물일 뿐,중앙정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경험 부족으로
부적합했다. 결국 히사미쓰는 여론과 가신(가신)들의 의견,특히 오쿠보의
거듭된 진언에 마지못해 사이고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되어 사이고는 시마나가시에서 풀려나 사쓰마로 귀환을 했던
것이다.

사이고는 자기에게 부여된 그 임무를 달가와하질 않았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라면 꽁무니를 빼고 싶은 심정이었다.

첫째로 히사미쓰의 그 공무합체론이라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것은
일시적인 방편일수는 있으나,결코 난국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