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88) 제1부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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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는 앞으로 십여일 뒤면 돌이었다. 그런데 아이가나는 아직 돌도
안된 아기를 두고 또 임신이 되어있었다. 벌써 석달째였다.
그러니까 사이고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까지 해서 세 모자를 남겨두고
떠나가게 된 것이었다.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도리가
없었다.
사이고로서 할수 있는 일은 그들 세 모자가 살아갈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저축한 것을 모조리 털어서 논
두마지기와 밭 두마지기를 구입했고 조그마한 집도 한채 마련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은 류사운이 애들을 가르치라고 내준 집이니 돌려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이고는 류사민에게 자기의 가족을 잘 좀 돌봐달라고 단단히
당부를 했다. 삼년 동안의 섬 생활에서 가장 접촉이 많았고 정도 든 그와
석별의 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사이고는 그말을 꺼냈다.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들어 주겠소?"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내 가족을 잘 좀 돌봐달라는 거요. 지금 아이가나는
임신중이지 뭐요. 그런 아내를 두고 떠나려니 내 심정이 어떻겠소? 필경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장가를 안들겠다고 했었는데 류상이 기어이
밀어붙여서 성사를 시켰으니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소? 허허허. "
사이고는 웃었지만 그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술기운에 류사민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 역시 농담이 아닌 진정으로 대답했다.
"염려 마세요. 내가 돌봐드리고 말고요. 선생님께서 가족을 위해 논밭을
사고 집까지 마련하셨다니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야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가나가 얼굴이 고우면서도 착실하고 부지런한 여자니까,두 아이를
키우면서 잘 살아갈 거예요" "음- "
사이고는 조금은 마음이 놓이면서도 역시 가슴이 아픈듯 잔을 들어
꿀꺽꿀꺽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술을 들이켰다.
사이고가 떠나는 날,선착장은 마을사람들로 메워지다시피 했다.
사쓰마에서 온 사람이 떠나는데 그처럼 섬사람들이 섭섭해 한 것은 처음
일이었다. 찔끔찔끔 눈물을 짜는 아낙네들도 있었다.
아이가나는 남편이 배에 오르자,기쿠지로를 업고 야산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남편을 실은 배가 망망한 바다를 미끄러져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가물가물 사라질 때까지 눈물과 한숨으로 지켜보았다.
안된 아기를 두고 또 임신이 되어있었다. 벌써 석달째였다.
그러니까 사이고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까지 해서 세 모자를 남겨두고
떠나가게 된 것이었다.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도리가
없었다.
사이고로서 할수 있는 일은 그들 세 모자가 살아갈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저축한 것을 모조리 털어서 논
두마지기와 밭 두마지기를 구입했고 조그마한 집도 한채 마련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은 류사운이 애들을 가르치라고 내준 집이니 돌려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이고는 류사민에게 자기의 가족을 잘 좀 돌봐달라고 단단히
당부를 했다. 삼년 동안의 섬 생활에서 가장 접촉이 많았고 정도 든 그와
석별의 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사이고는 그말을 꺼냈다.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들어 주겠소?"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내 가족을 잘 좀 돌봐달라는 거요. 지금 아이가나는
임신중이지 뭐요. 그런 아내를 두고 떠나려니 내 심정이 어떻겠소? 필경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장가를 안들겠다고 했었는데 류상이 기어이
밀어붙여서 성사를 시켰으니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소? 허허허. "
사이고는 웃었지만 그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술기운에 류사민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 역시 농담이 아닌 진정으로 대답했다.
"염려 마세요. 내가 돌봐드리고 말고요. 선생님께서 가족을 위해 논밭을
사고 집까지 마련하셨다니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야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가나가 얼굴이 고우면서도 착실하고 부지런한 여자니까,두 아이를
키우면서 잘 살아갈 거예요" "음- "
사이고는 조금은 마음이 놓이면서도 역시 가슴이 아픈듯 잔을 들어
꿀꺽꿀꺽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술을 들이켰다.
사이고가 떠나는 날,선착장은 마을사람들로 메워지다시피 했다.
사쓰마에서 온 사람이 떠나는데 그처럼 섬사람들이 섭섭해 한 것은 처음
일이었다. 찔끔찔끔 눈물을 짜는 아낙네들도 있었다.
아이가나는 남편이 배에 오르자,기쿠지로를 업고 야산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남편을 실은 배가 망망한 바다를 미끄러져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가물가물 사라질 때까지 눈물과 한숨으로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