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은 덧없는 것. 그래서 환멸로 곧 잘 통한다. 일본경제의 오늘의
고경도 잔뜩 부풀렸던 "거품"이 터져 가라앉는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맥주의 세계"에선 이 거품처럼 소중한 것도 드문 모양이다.
거품은 맥주의 "멋이자 맛이며 그 생명의 일부"로까지 미화된다. 술을
빚는 일은 하나의 예술인 동시에 과학이다. 맥주를 따라 마실때 거품이
너무 많아도,또 너무 적어도 안된다. 그 적정수준은 맥주를 빚는
기술비결에 속한다.

최근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실험실에서 주먹구구같은 한 실험이 행해졌다고
한다. 실험실연구두뇌인 물리학교수 알렉산더 론텔타프박사는
외래방문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맥주를 유리잔에 따라 부었다. 거품이 일자
그는 식용유 한방울을 거품의 표면에 떨어뜨렸다. 거품은 금새 사그러
들었다. "맥주에 식용기름은 곧 무거품"을 의미했다. 거품이 사그러진
맥주잔의 표면에 그는 조그마한 유리구슬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거품은
부글러리며 되살아났다. 왜 그런가?이론적으로 이를 규명한다면
노벨상까지는 못해도 최소한 시원한 맥주 한 컵은 대접받으리라.

하이네켄과 버드와이저 기린등 맥주거인들간에 "양조공식"의 노하우
경쟁이 콜라전쟁을 방불케한다. 배합및 여과과정의 비율이 조금만
뒤틀려도 거품의 질은 크게 달라진다. 하이네켄은 맥주와 샴페인의 거품이
본질상 같다는데 주목,89년부터 프랑스 샴페인메이커와 양국정부지원까지
받으며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을 정도다. 론텔타프실험의 해답은 "기름이
거품속의 수분을 쫓아내 거품을 사그러뜨린다. 반면 유리구슬은 거품이
형성되는 면적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맥주잔을 세제로 말끔히 닦아내라는
권유도 수긍이 간다. 보통 맥주 한잔에 생기는 거품의 입자는
100만개,이들이 탄산가스를 뿜으며 사그러지는 시간은 하이네켄의 경우
5분이 표준이다. 론텔타프씨는 "액체 거품속 가스확산에서의 표면응집력의
역할"이란 난삽한 제목의 논문으로 이를 학회에 보고하고 실험결과를
하이네켄양조과정에 적절히 반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훌륭한 거품은
따르는 기술과 보관온도에도 크게 좌우된다. 이는 양조공식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 서비스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