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티 오브 조이"(기쁨의 도시)의 배경은 엉뚱하게도 질병과
빈곤으로 가득찬 빈민가다. 멋진 뜻과는 달리 "시티 오브 조이"는 인도
캘커타시의 한 슬럼가에 붙여진 이름.

인도사람들이 "아난다 나가르"라고 부르는 이곳에는 백인여자 제인(폴린
콜린즈)가 운영하는 진료소가 있다. 그녀는 환자들을 돌보며 일종의
정신적 빈민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이곳에 절망에 빠진 한 미국인이 들어온다. 생의 도피처를 찾아 인도를
방문한 수련의 맥스(패트릭 스웨이지)가 폭력배들에게 린치당한 후
진료소로 실려온 것.

맥스는 이곳에서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빈민들과 사귀며
자신이야말로 치료받아야할 정신적 불구자임을 깨닫는다. 귀국을 포기한
그는 빈민굴의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개척해간다.

하지만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은 빈곤과 병마 뿐만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갈취하는 조직폭력배들과 그들에게 착취당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순종하기만 하는 빈민들의 의식이다.

여기서 감독은 전형적인 인도인을 하나 끼워 넣는다. 인력거를 끌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하사리(옴 푸리)의 꿈은 딸을 멋진 신랑과 맺어주는
것이다.

권력을 의심할 줄 모르고 순종하던 그에게 부정은 참된 용기를 불어
넣는다. 폭력과 대항하여 싸우는 맥스와 하사리의 용기는 빈민가 전체에
강한 연대의식을 일으킨다.

롤랑 조페감독은 인종과 종교가 전혀 다른 두 남자가 맺어가는 우정을
통해 인간은 저마다 같은 가치를 가졌으며 사랑으로 하나로 맺어짐을
보여준다. 군인이나 정치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소시민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사랑속에서 참된 영웅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킬링 필드""미션" 등의 완결판이라 할 이 작품을 통해 조페감독은 폭력과
섹스가 들어가야만 흥행이 된다는 영화가의 속설을 일축해 버린다. 그러한
편견이야말로 허약한 작품성을 감추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듯.
자칫 설교조로 흐르기 쉬운 종교적 색채를 영화적 재미를 고루 갖춘
휴머니티의 승리로 승화시켜낸 감독의 솜씨와 장쾌한 몬순속에서 벌어지는
이국적인 풍물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매혈,나이어린 창녀,인력거등 빈곤의 상징들은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모습을 연상시켜주기도 한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