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발표한 "93년 대규모 기업집단 타회사 출자현황"은
6공화국의 경제력집중완화시책에 대한 총괄성적표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

대기업그룹의 소유집중도를 나타내는 내부지분율을 비롯해 타회사출자비율
계열회사수등을 보면 일단 수치상으론 경제력집중이 완만하나마 꾸준히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만하다. 실제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공정위는 상호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등 경제력집중완화시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자평을 내리고 있었다.

구체적인 지표를 보면 우선 대기업그룹의 사업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던 타회사출자비율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순자산(자기자본에서
계열회사출자분제외)대비 타회사출자총액의 비율이 92년 28.9%에서 28.0%로
낮아졌다.

지난 87년 대규모기업집단이 처음 지정될 당시의 타회사출자비율 46.5%에
비하면 공정위의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수도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회사수가 지난해에 비해 4개 감소한 것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또 소유집중도를 나타내는 내부지분율도 줄어들었다. 그룹총수 가족
계열회사등이 보유한 주식비율인 내부지분율은 92년 46.1%에서 43.4%로
줄어들었다. 특히 그룹총수및 친인척의 소유비중감소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소유집중도를 나타내고있는 주요 지표가 수치상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아직도 업종전문화노력이 미흡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 6공시절 "수치상의 개선을 경제력집중완화"로 해석하던 과거
공정위의 평가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이는 한이헌위원장을 새사령탑으로 맞이한 공정위가 앞으로 소유분산등
경제력집중완화와 업종전문화를 위한 시책을 강화할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새정부들어 공정위가 내부거래조사 하도급부조리조사 위장계열사조사등
발빠른 행보를 과시한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수 있다. 이런점에서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타회사출자현황"은 이같은 정책방향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공정위가 이같은 평가를 내리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평균내부지분율이 낮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높은 지분율을 갖고
"가족경영"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기업집단이 적지 않다는게 대표적인
경우다.

평균내부지분률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진로 선경 롯데 삼미 한양 동양 동부
미원등 8개등 그룹은 대규모신규투자등으로 내부지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계열사수도 형식적으로는 4개가 줄어들었으나 최근의 위장계열사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실질적인 계열사수는 늘어났다는게 공정위의
해석이다.

공정위가 내부지분율을 문제삼고 계열사수에서도 그동안 노출돼지
않았었을뿐 과거에도 대기업집단의 소유였던 위장계열사 숫자등을 들어
경제력집중이 여전하다고 보는 것은 소유분산을 과거보다 더욱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의 김선옥사무처장은 "우리경제의 경제력집중완화문제는 주로
소유집중해소를 통해 이룩할 것"이라고 밝혀 공정위의 주요 목표가
내부지분율축소등 소유분산에 무게를 둘것임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가 신경제5개년계획위에서 상속.증여세를 엄격히 집행하고
차입위주의 경영을 증자위주경영으로 바꾸기 위해 이자의 소비인정을
제한하겠다고 밝힌것도 소유분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
대기업그룹의 기업공개유도와 부의결권주식발행억제
가지급금대여금지급금지등도 모두 그룹총수 그가 즉 계열기업의 지분율
축소를 겨냥한 것으로 볼수 있다.

결국 공정위는 소유집중완화를 통해 경제력집중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