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을 당했다는 전갈을 받고 황급히 달려나온 히코네 번저의
사무라이들이었다.
사쿠라다문 앞의 광장으로 몰려가보니 이미 일은 끝난 뒤였고 시체와
부상자들이 여기저기 눈 위에 나뒹굴어 있었다. 그리고 부서지다시피 한
가교 곁에 주군(주군)인 이이나오스케의 시체가 뻗어 있었다. 그런데
머리가 잘려나가고 없는 시신이 아닌가.
사무라이들은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군의 머리를 빼앗긴다는 것은
그번의 씻을수 없는 수모였다. 그것을 가져다가 만일 길거리에
효수(효수)라도 해놓는 날이면 천하에 그런 수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주군은 막부의 대로가 아닌가. 막부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우선 머리없는 시신을 가교에 싣고 번저로 옮기기로 했다. 몇 사람이
그일을 맡았다. 그리고 나머지 사무라이들은 주군의 머리를 어떤 놈이
가지고 도망쳤는지 그놈을 잡고 머리를 회수하러 나섰던 것이다.
고함을 지르며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오는 기척에 지사에몬은 정신이
번쩍들었다. 그것이 칼을 빼든 사무라이들이라는 것을 알자 그는 놀라
후다닥 일어났다. 그리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미 기력이 다한 몸이라 제대로 뛸수가 없었다. 얼마 가지도 못하고
눈에 미끄러지며 앞으로 엎어졌다. 손에 들었던 대가리가 저만큼 데굴데굴
굴렀다. 정신없이 몸을 일으킨 그는 그 경황중에도 후닥닥 다시 대가리를
집어들기가 무섭게 필사적으로 또 뛰었다.
"저놈 잡아라- " "살인자를 잡아라- " "잡아 죽여라- "
고함소리들이 바짝 뒤쫓아 왔다.
이미 그들과의 거리가 지척지간이라는 것을 느끼자 지사에몬은 도망치는
것을 단념했다. 다리가 헛디뎌지는 것 같아서 도망칠래야 이제 도망칠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지사에몬은 뒤쫓아오는 자들을 향해 돌아서며 손에 들고 있던 대가리를
냅다 그들에게 던졌다. 그리고 대검을 빼들었다. 마지막으로 한바탕 칼을
휘둘러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마음뿐,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쪽
어깨가 칼에 베여서 피가 흐르는 판이니 그럴 수밖에.
제대로 한 번 칼을 써보지도 못하고 그는 그만, "으악- "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상대방의 칼이 번쩍 눈앞을 가르는 듯했던
것이다.
지사에몬은 천지가 새까맣게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휘청 꺾어져 풀썩
눈위에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