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은 급격히 늘어나는 사회간접자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세라고 하는 새로운 목적세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신설되는 사회간접자본세는 기존의 특별소비세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및 자동차분(93년예산 2조2,513억원)을 목적세로 전환함과
아울러 세율을 인상하여 사회간접자본확충에 지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내무부는 특별소비세의 목적세 전환시 내국세수가 줄어들어
지방교부세의 재원이 약3,000억원 준다는점(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3.
27%로 고정됨)에서 목적세의 신설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문제를
둘러싸고 두 부처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임으로써 난항을 겪고 있다.
내무부는 그동안의 지방양여금 신설지원에 의한 지방재정확충을 원점으로
되돌려 또다시 재정의 중앙집중을 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정부는 목적세를 내국세에 포함시켜오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소비세의 목적세 전환은 당연히 내국세수를 감소시킬 것임은 물론 그에
따라 지방재정조정을 위한 지방교부세재원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자동차
관련 유류의 특별소비세수는 자동차수요의 폭증을 반영하여 크게
늘고있을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므로 부족한
지방재정의 귀중한 젖줄이 끊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내무부의 우려는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유류관련 특소세는 전액을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에 사용해온터여서 갑작스런 목적세 전환은
지방교부세재원을 삭감하고자 하는 저의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

그런데 목적세 신설은 단순한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재정본연의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옳고 그름에 대해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중앙정부는 그동안 방위세(91년 폐지됨)와 교육세를 목적세로 운용해왔는데
유난히도 목적세를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목적세란 공공서비스의 편익에
따라 조세부담을 과징하는 것으로 일종의 응익과세인데 만일 편익에 따른
부담배분이 가능한 경우라면 효율성을 확보할수 있다는 점에서 옹호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실시되어온 우리의 목적세는 사용목적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만 목적세일뿐 사실상 응익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단적인
예로 교육세의 경우 과세대상인 술과 담배가 교육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목적세는 말로만 목적세이지
실질적인 목적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목적세의 도입목적은 증세를
위한 수단이거나 특정용도에의 지출보장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방위세는 월남 패망에 따른 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하에 도입되었고
교육세는 낙후된 교육환경개선이라는 명분하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사회간접자본세는 크게 부족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한다는 명분이다. 만일 이러한 식으로 목적세를
활용하다가는 앞으로 사회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보장세도 도입되어야
할것이며 그렇게 되면 목적세의 수가 크게 늘지않을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목적세는 재정의 편법운용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무원칙한 재정의 운용은 가뜩이나 복잡한 우리의
재정을 더욱 복잡하게 할 뿐만아니라 지출의 효율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래 목적세는 일반적으로 근대예산제도의 통일성원칙에 저촉되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제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출의
효율을 기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출대상을 함께 고려하여 지출을 결정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즉 1원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 여러가지의
용도에 있어서 그것이 가져다줄 한계편익이 최대로 되는것에 지출해야
하기때문이다. 그러나 목적세를 통한 재정지출은 수입에 의해 지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설사 더 큰 편익이 주어지는 다른 용도가 있다하더라도
그용도에의 지출을 막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 반대로
목적세를 통한 지출부문에 더 많은 지출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지출증대가
어려워져 문제가 된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세수가 확보되는 경우에는
낭비적으로 쓰여져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종종 목적세로
거두어들인 수입이 해당 목적외로 쓰여진 적이 있어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이와같이 목적세는 지출의 효율을 저해하기 쉽고 재정의 경직성을
초래하기 쉽기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좀처럼 활용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자동차의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도로건설예산에 도로세라고 하는
목적세가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이용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의
도로이용에 따른 편익의 정도를 유류의 소비량으로 측정할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류에 대한 과세를 목적세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목적세야 말로 비교적 본래의 목적세 기능에 어느정도
부합된다는 점에서 일단 고려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유류관련 특소세로 사회간접자본투자재원에 잘 충당해오고 있을 뿐아니라
교육세라는 목적세가 존치되고 있고 또한 기존의 목적세였던 방위세를
폐지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새로운 목적세를 신설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교부세의 지원을 받고도
기초적인 살림마저 꾸려나가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지역간의 격차가 극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유류관련 특소세의 목적세전환은 마땅히
철회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