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이번 계열사정리는 친족간 재산분할과 사업구조고도화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할수 있다.

그런점에서 지난 91년11월에 이뤄진 한솔제지(구 전주제지) 신세계백화점
고려흥진 신세계대전역사 한솔화학 한솔종합임산의 계열분리와 92년6월의
조선호텔분리를 같은 맥락으로 볼수있다.

곧 착수될 상호출자지분정리와 손복남씨의 인수절차가 끝나는대로
제일제당은 자회사인 제일냉동식품 안국화재로 묶어진 새로운 기업군으로
등장하게될 전망이다. 현재 제일제당에 대한 이건희회장지분은 11.3%
안국화재지분은 1.7%이며 제일제당은 제일냉동(94%) 삼성엔지니어링(30%)
중앙일보(22%)등에 각각 출자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그룹의 모체기업이라는 점에서 매각을 싸고 그룹내
사장단일부가 반대하는등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그것을 고려해 다른 기업이
아닌 친족인 손씨측에게 넘기기로 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그러나 이러한 계열사정리가 21세기를 대비한 그룹의
사업구조고도화전략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더 강조하고 있다.
2000년대에 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업구조재구축이 요구됨에
따라 전자,중공업등 엔지니어링,화학등 3대핵심사업군의 첨단화 전문화에
주력하기 위해 비주력사업의 정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제당 모직등
소비제품생산업종이 그룹의 이미지에 맞지않고 환경 에너지등 새로운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확대필요성도 감안,계열정리가 결정됐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이번 계열사정리를 가족간 재산분할로 보지말고 이건희회장의
제2창업선언이후 추진해온 사업구조의 첨단 고부가가치화전략의 현실화로
봐야한다는게 삼성측 주장이다.

지난 2월과 3월 이회장주재로 열린 미국LA와 일본 동경사장단회의에서
그룹사업구조의 미래지향적 개편이 강조되면서 그룹분할작업이 가속됐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여기에 업종전문화를 지향하는 정부의 신경제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서둘러 가시적 소유분산조치가 요구됐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에 대한 합병은 이들 기업의 사업내용이 상당부분
중복돼있는데 따른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함께 의류사업을
하고있다.

제일모직의 또다른 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은 따로 떼어내 삼성종합화학에
흡수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른 정리대상기업은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자회사여서 불필요한
"문어발"의 제거 차원으로 볼수 있다. <>제일냉동은 제일제당<>충남화학과
대산정밀화학은 삼성종합화학<>삼성에머슨전기는 삼성전기<>삼성클뢰크너및
삼성클라크는 삼성중공업<>삼성유나이티드항공은 삼성항공<>광주전자는
삼성전자의 합작자회사이다. 삼성시계는 일본 세이코가 49%의 지분을
갖고있고 한국전산은 삼성생명 대한교보 일본협영생명보험과의
합작기업이며 한국알라스카개발은 삼성물산과 국내 다른 종합상사들이
합작했다.

삼성은 이중 삼성유나이티드항공과 삼성클뢰크너는 합작선과 협의를
끝냈으며 충남화학과 대산정밀화학은 사업실적이 없어 청산에 문제가 없고
다른 기업은 합작선과의 논의를 진행중이다. 다만 삼성시계는 매각을
추진하되 일본세이코가 반대하는 경우 삼성전자에의 합병을 검토키로 했다.

이번에 제일합섬의 계열분리도 적극 검토했으나 합작선인 일본 도레이가
계속 반대함에 따라 정리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글로벌화가 가능한 산업<>정보
첨단소프트웨어비중이 높은 산업<>국가기간산업만이 21세기에 살아남을수
있다고 보고 이같은 요건에 맞지않거나 그룹이미지를 손상시킬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 업종은 앞으로도 계속 통폐합 매각을 통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