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는 "퓨처스터프"라는 책자를 매년 발간하고있다. 지난 91년에 나온
"2001년에 우리생활을 변혁시킬 2백50개 발명품"부제의 이책자에 국내의 한
연구팀이 개발한 제품 3개가 나란히 선정돼 관심을 끌었다. 이3개품은
같은해 9월21일자 뉴욕타임스지에 실리기도 했다.
시청자의 자세에 맞춰 화면의 위치조절이 가능한 인체공학적 TV.
사람같이 생겼다해서 ET라는 별칭을 얻은 이TV는 움직이는것은 물론이고
전화번호 주소등을 기억,알려주는 가정정보시스템까지 갖추고있다. 또
스포츠 영화등 프로그램내용에따라 화질과 음질을 조절할수있는 기능도
갖고있다. 이TV와함께 사용자가 음성으로 요리법을 알려주고 작동시킬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레인지와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자동진공청소기가
뽑혔다.
서울대 공학연구소의 이면우소장이 이끈 25명의 연구팀이 개발한
이제품들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되자 연구팀은 본격적인 해외소비자
호응도 조사에 들어갔다. 이소장은 미국의 중산층소비자 3백여명과 15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이들제품이 기존제품의 3배를
웃도는 가격에 팔릴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소장은 이들제품의 시장성을 알아보기위해 일본의 7개 가전업체를
돌았을때 2개사에서 연구비를 지원할테니 비슷한 유형의 신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으나 국내개발기술이 국내에서 시장화되지못하고 외국에
팔리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장에 내놓기만하면 큰 호응을 얻을것으로 예측된 이3개제품의
기술이 사장됐다. 3개제품의 개발완료시기는 지난 89년. 지금까지
시장조사를 한 이외에는 사업화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있다고 밝힌 이소장은 "라이프사이클이 급속히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 개발완료된지 4년째로 접어드는 한물간 기술을
사업화하는것은 무리"라며 이들 기술이 이미 사장됐다고 말했다.
이소장에 따르면 움직이는 TV의 경우 지난 91년하반기에 네덜란드의
필립스사와 일본의 소니사에서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제품을 각각
개발,시장에 내놓았다.
이같이 해외에서 나오고있는 신제품을 국내에서 더욱 빨리 사업화할수
있었는데도 그렇지못한 이유로 이소장은 국내기업의 신제품에대한
투자의식결여를 꼽았다. 외국에서 시장이 형성돼있는 시장성이 확실한
제품의 생산에만 매달려온 국내기업의 패배의식도 이들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데 한몫 거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선보이지 않은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될 리가 없고
개발됐다해도 외국에서 시장성이 없어 사업화하지않았을것이란 업계의
주장에 더이상 설득할 의욕도 잃어버렸다고 이소장은 말했다.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제품의 모방에만 그쳐서는 첨단기술에서 우리를
훨씬 앞서고있는 선진국을 따라잡는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현재
보유하고있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종합하고 창의력을 가미함으로써 소비자의
잠재욕구를 충족시키는 하이터치제품을 개발,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이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야합니다"
이소장이 밝히는 이른바 W이론으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개발전략이다.
3개제품역시 이같은 전략에서 개발됐었다. 그러나 이전략은 국내기업이
도전적인 자세를 갖는 의식전환을 하지않는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게 이소장의 주장이다. 첨단기술을 응용한
하이터치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것을 요구하는 이전략이 실효를
거두기위해서는 업계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소장이 올해초 개발한 산악용자전거도 위의 3개제품과 같은
"사장"신세에 처할 위기를 맞고있다. 항공기용 기어를 자전거에
채용,제작한 마운틴바이크는 국내외 전문가들에의해 국내 자전거의
수출가를 5배이상 높일수있는 고부가가치제품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아직 이자전거의 양산에 나서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고있다는것이다. 이소장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의지및 국내기업의 신기술에대한 투자의식의 결여가 계속될때는
이자전거도 화려한 명성만을 남기고 실익을 못거둔 3개제품과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것이라고 우려했다.
<오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