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방부는 냉전시대의 대소군사전략의 총본산이었다. 얼마전 이
펜타곤에서 아주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당연히 주요 군사전략회의였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가 않았다. 대통령경제자문위원을 비롯하여 미국의 주요
경제관료들이 모두 모인 회의였다. 테마는 "대일경제전략". 오늘날
국가안전보장의 기본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에 있다는 인식아래 국방부가
경제의 총본산처럼 둔갑한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국가의 생존이 걸려있는 경제전쟁시대에 살고있다. 미국의
CIA도 지금은 경제첩보수집을 맡고 있다. 사람을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계획이나 스타워즈같은 전략개념으로 경제패권탈환에 나서고 있다.
경제전쟁에서 지게되면 국민들의 삶이 군사적 패전후의 상황으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9일 청와대에서 경제적으로 어떤 전기가 될수있는 매우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취임 1백일을 며칠 앞둔 김영삼대통령이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는 재계인사들을 초청하여 경제재건에 앞장설것을
당부한 것이다. 경제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투자와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지금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호기라는 점,건전한 영리추구는 당연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위축된
기업인들을 고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서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수 없다고
한점은 경제선진화에 대한 대통령의 강렬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서 우리는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대로에서 밀려나 후미진 곳에서 일시적
골목대장이나 하려는 경제로서는 결코 선진국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대기업그룹 관게자들을 따로 불러 기업활동을 독려한 것은
처음이며 이것이 그동안 냉랭했던 청와대와 재계간의 해빙의 상징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침체된 한국경제에 돌파구를 열수 있는 전기가 되리라고
믿고싶다.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에 앞설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계인사들이 사정이 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되고 사정이 미래지향적이면 투자가 활성화될것이라고
건의한 것이 경청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정과 개혁작업에 대해 국민들은 거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일에 줄곧 박수를 치면서도 공허한 구석을 느끼게 된다.
불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해야할 일이 팽개쳐져 있음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같은 것이다. 1.4분기 3.3%성장이라는 경제침체같은 심각한 문제가
몇사람 구속하는데 대한 사정박수에 묻혀 국가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사실도 경제를 허전하게 했다.

문민정부의 올바른 사회 건설이라는 신한국창조가 우리들의 가슴을
채워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가슴은 국민들을 선진국
국민수준으로 살수있게 해야하는 신경제로 채워져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문민정부를 이끌어갈 두 바퀴와 같다. 그런데 사정이란 한쪽 바퀴는 빨리
돌아가고 있는데 신경제란 다른 바퀴가 잘 돌아가고 있느냐 하면 거기엔
의문이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사정에만 쏘아져 신경제는 주변의 어둠속에
묻혀 있는 꼴이다.

1.4분기 설비투자가 10.1%나 줄어든것을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총선과 대선등 정치북새통으로 정신없던 지난해 1.4분기에 8.5%에 이르렀던
설비투자증가율이 2.4분기 4.5%,3.4분기엔 마이너스 3.1%,4.4분기엔
마이너스 10.2%로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새정부가 출범한 지금 아직도
우리경제는 투자의욕상실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대형투자가 물꼬를 터야 전반적 투자분위기가 진작될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탈이다.

경제도약은 설비투자에 의해 주도되어 그것이 설비금융을 통해 더 높은
단계의 설비투자를 유발하는 과정에서 이룩된다. 일본은 매년 20%대의
설비투자증가율로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이노베이션까지 수행해
경제대국이 되었다. 한국도 개발연대에는 그보다 더 왕성한 설비투자를
했기 때문에 근대화과정을 일본보다 단축할 수 있었다.

투자분위기가 지금처럼 무한정 낮잠을 자고 있으면 한국경제는
주저앉는다. 거기에다 기술을 동반하는 외국인투자까지 줄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국내투자는 망설이고 있는 기업들이 해외투자에는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중국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등
수많은 국가에 대규모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중소기업들도 해외투자계획을 짜놓고 있는 회사들이 작년보다 배나 늘었다.
국내는 이제 기업할곳이 못된다는 시사인가. 이것은 일종의
탈출현상일수도 있다. 그리고 국내산업이 속이 비면 해외에서의 성공은
일시적일수 밖에 없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한나라가 경제 비약을 하려면 케인즈적 수요관리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그것은 모형게임과 같아서 우뚝 솟아나는 것은 드물다. 슘페터적
이노베이션만이 수많은 나라중 한나라를 우뚝 솟게 할수 있다. 그러자면
기업가정신이 솟구치게 해야한다. 우리에겐 지금이 맹렬한 의욕을 필요로
하는 때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경제정책방향이 아직도 불가치성을
증폭시키고 있어서 이러나 저러나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안일주의를
만연시켜 투자가 되살아나기 힘든 것이다.

신경제5개년계획이 매듭되기 이전에라도 경제의 청사진의 윤곽이
제시되었어야 투자가 이에 따를 것이다. 또한 사정과 개혁은 경제활동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히 돼야 투자분위기가 소생할수 있다.

김대통령의 강력한 경제선진화의지가 각론으로 구체화되면 신한국과
신경제라는 두바퀴는 나란히 굴러가게 될것이다. 미펜타곤이 경제의
회의장으로 바뀐 세계경제의 오늘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