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앞을 멀리 내다본 조치였다. 그래서 미도번에서
한사람,사쓰마번에서 한사람을 제외했던 것이다.

실제로 가네코마고지로는 육십이 가까운 노인이라,칼을 빼들고 작전에
참가하기는 부적합하였다.

사쓰마번에서는 아리무라 형제가 가담하기로 되어 있었는데,마지막
단계에서 유스케는 사후의 사쓰마번과의 연락을 위해서 제외되고,동생인
지사에몬 혼자만 돌격조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유스케가 제외된 데에는 시즈부인의 은밀한 작용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가네코마고지로 한사람만 제외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안 시즈부인이 세키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시즈부인은 남편과 아들의 원한을 풀어줄 기회가 구체적으로 다가오자,그
일에 발벗고 나서서 행상을 하면서까지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목숨을 건 행동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숙한 가슴 밑바닥에 묘한 비애가 서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밤의 외로운 잠자리에서나 해질녘 정원 한쪽의 우물가에서
문득문득 쓸쓸해지곤 하는 것이었다. 아리무라유스케 때문이었다.

그를 애써 동생이라고 생각하며 예사로운척 대해 왔지만,막상 그가 거사에
가담하여 곧 죽게된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허전해지고 슬퍼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지나간 해의 어느 여름밤,잠시이기는 했으나 그의 가슴에
안겼던 일이 못내 잊혀지지가 않았다. 열살이나 아래인 그가 동생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남자로서 마음속에 다가들곤 하였다.

그러던 차에 가네코마고지로는 거사후의 일을 위해서 실제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는 그렇다면 사쓰마번의
지사들과의 연락을 위해서도 한 사람은 남는게 옳지 않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자객들에게 전하는 거사본부의 지령을 받으러 간 기회에 조용히
세키를 만났다.

집 뒤뜰의 매화나무 아래에서였다.

"저. 제가 뭐 한가지 의견을 말해도 될까요?" "의견? 뭔데? 말해 보라구"
"다름이 아니라,가네코 도노는 뒤로 빠진다지요? 거사후의 일을 위해서."
"응,그런데?" "그렇다면 말이에요 사쓰마쪽과의 연락을 위해서도 한 사람이
남아야 되지 않을까요? 미도쪽은 가네코 도노가 맡으시면
되겠지만,사쓰마쪽은 누가 맡죠?" "음- 그렇기도 하군"
세키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