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들의 재무적 특징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 높은 부채비율때문에
재무구조가 취약하여 금융비용부담이 과중하고 또한 주식지분의 소유집중이
높아 자본구조도 열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방안으로서 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자본구조를 동시에
개선하려면 차입위주의 경영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리게 마련이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공정거래정책의
발전과제"나 "신경제5개년계획 작성지침"중 "경쟁력강화를 위한
기업경영구조의 혁신과제"에서도 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과 소유분산촉진은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크게 다음의 두가지 정책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기업의 차입금증가 유인,즉 차입경영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세법상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아 오던 지급이자의
손비인정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차입금 증가-세금경감혜택등
차입경영의 악순환고리를 단절시키자는 아이디어다. 둘째방법은 보다
직접적이고 과거청산적인 방식으로 은행의 기존 대출금을 차입기업의
주식으로 전환시켜 아예 기업의 차입금규모 자체를 단기간 내에
축소시키라는 것이다. 과거 80년대 개발도상국의 외채문제를 해결하려던
국제금융기관의 부채-주식상환(Debt-Equity Swap)방식과 같은 성격의
아이디어다.

그러나 지급이자의 손비인정을 제한하는 세제변경을 통해 차입금규모를
축소시키겠다는 발상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대안이다. 자금조달비용은
세제상 또는 직.간접금융시장의 구조상 기업입장에서는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외부자금조달의 초과수요가 만성화된 우리의 현실에서
기업이 법인세 납부액을 줄이기 위해 은행차입금,회사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기피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급이자의 손비인정제한은 사후적으로 차입금의 자금조달비용만을
인상시켜 결국 기업의 전체적 자본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이로인해 향후
기업투자결정에 있어서 더 높은 필요최저수익률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국제경쟁력배양이나 산업구조조정에 장애용인이 될것이 우려된다.

또한 소유분산촉진책으로 제시된 은행대출금의 주식전환발상도 언뜻보면
기업재무구조개선과 소유집중 완화를 한꺼번에 이룰수 있는 일석이조의
묘책으로 보일수 있으나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이다. 이 대안도 우리나라
직.간접금융시장의 여건이 무시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은행대출금에
대한 기업의 지급이자는 은행의 주수입원으로서 은행본연의 업무관련
수입이다. 그러나 기존 대출금을 대출해준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은행이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의 성격이 판이하게 바뀌게 된다.
주식전환이후에는 은행은 보유주식의 배당과 주가상승에 의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기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배당수익률(싯가기준)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시중실세금리가 10%가 된다 하더라도 은행의 수지차가 8%나 될 것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대출금의 주식전환시점에 은행은 전환하여
보유하게 될 주식의 주가상승기대율이 80%는 되어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즉 주식전환 때문에 줄어들 이자수입을 주가상승에 의한 자본이득으로
보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치에 대한
확신은 금물이다. 주식시장은 본래의 속성상 가격변동이 심하고 불안정한
곳이다. 은행의 수입비중울 이와같이 불안정한 원천에 맡길 수 있을 만큼
현재 우리은행의 수익구조가 튼튼하지 못하다.

현재 우리기업의 재무구조와 자본구조가 열악하고 이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과다한 차입규모의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나
금융기관 입장에서 손쉽게 여겨지는 부채규모 자체를 줄이려는 방향 보다는
기업들이 자기자본을 충실히 할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에서 정책대안을
개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자기자본 충실화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제상 인센티브면에서 지급이자 손비인정제한이라는 부정적인
방법이 아니라 특정육성산업을 위한 특별상각제도,준비금 혹은 적립금
제도의 개선과 시의적절한 한시적 소득공제,세액공제제도 개발등의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급이자 손비인정제한의 보완책으로 제시된 내부유보의
손비인정방안은 배당지급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될 것이므로
자본시장의 장기발전이나 재무구조개선에 바람직하지 않다. 무작정
내부유보만 많다고 기업재무구조 개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기업의 배당성향은 30%를 밑돌고 있고,액면가 기준 평균배당률도
정기예금이자율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셋째 발전된 증권시장을 활용하여 자기자본 충실화를 유인하는 정책도 더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효율적 시장으로부터의 압력이 있어야 재무구조와
자본구조의 동시개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공개유도,증자활성화,한계기업의 M&A(매수합병)활성화 등을 위해서는
먼저 현재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상장회사간의 상호출자"제도의 개편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발전된 증권시장에서 형성된 싯가로 이루어진
상호출자가 가공자본에 의한 회사확장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면 오해이다.
공개상장된 기업들끼리 1인당 혹은 1사당 일정수준 이하로 잘 분산된
주식지분의 상호보유가 인정된다면 기업들은 경영권도 보호하면서
자본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소유집중 때문에
기피하려는 유인이 있던 기업공개나 증자도 활발하게 되어 기존의
차입의존도 하에서도 재무구조의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 질 것이다.
상호출자제도의 개혁을 위해서 상법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규의
체계적 개정에 관한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