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단체지도과장 자리앞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중년신사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민원"을
부탁하러 온 이사람은 뜻밖에도 재무부 은행과장.

"은행이 금리인하로 수지가 악화돼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기에 재무부가
받으라고 했죠. 하지만 담합을 해 한날 한시에 받으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아니 은행의 수수료담합에 대해 은행과장이 왜 직접 나서서 이러십니까.
은행사람도 아닌데"

"재무부가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이라고 징계하면
재무부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지요"
"행정지도를 했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전협의가 없으면 담합은 어쩔수
없이 위법이 됩니다"
"오늘 수수료를 내린 은행도 있습니다. 은행들이 스스로 수수료를 내리면
소위 "담합행위"가 시정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은행과장의 "통사정"에 단체지도과장은 "알겠다"고만 대답하면서도
"재무부가 은행에 포획당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규제대상집단이 규제담당기관을 사로잡아 자기 이익을 대변토록 만든다는
미국행정학의 포획이론이다"(유훈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 그러니까
단체지도과장의 머리엔 이 이론이 스쳐지나간게 분명하다.

공정거래위가 16일 은행의 수수료담합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은행별로
수천만원의 과징금을 매길게 확실해지자 재무부가 무척 애를 태우고 있는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도 이를 확인할수 있었다. 사실 은행수수료에 관한한
애를 태울만도 하다. 은행과장 말마따나 한날 한시에 수수료를 받으라고
한것은 아니나 결과가 그렇게 됐으니 담합은 담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담합여부"가 아니라 은행과장이 말하는 "재무부의
체면"이라는 점이다. 규제 완화의 물결이 도도하게 몰아치고 있는 때에
"체면"을 들먹이며 은행이익을 "대변"하는것은 얼른 납득이 가지않는다.
은행으로부터 "포획당했다"는 말이외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것같다.

경제기획원을 출입하는 기자도 "경제기획원의 논리"에 포획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안상욱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