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감각전쟁" "아마겟돈"등 초신비적 내용을 담은 만화를 열심히
뒤적이다가 새로 나온 "노스트라다무스"를 발견,그것에 빠져든다.
"비현실세계에 빠져들다보면 현실의 고민이 말끔히 잊혀져요. 피로나
스트레스가 쌓일때 읽는 만화는 하나의 회복제가 되지요"
만화는 이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심령과학이나 신비주의적 내용을 다룬 작품이 만화의 대종을 이루면서
젊은세대들도 만화방을 자주 찾는다. 공상만화는 하나의 배설문화로서
자리잡고 있다는게 K씨의 얘기다.
이 배설문화는 추잉껌과 같아서 1회용이지만 사용중에는 잠시동안
불안감을 없애준다는 것.
몇해전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현실세계에서 도저히 일어날수 없는 얘기를 영화를 통해 전한것이
전세계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양들의 침묵" "환상"등 신비주의 영화가 뒤따라 인기를 끌고 "동방불패"
"황비홍"등 무협지 성격의 홍콩영화도 뒤질세라 극장가를 누비고있다.
서점가에는 생년월일을 통해 운명을 예언하는 사주추명에 관한 점서들과
별자리점서들이 쏟아져나오고 성명학이나 관상학 수상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점서와 예언서들이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소설 "단"이나 "토정비결"이 스테디셀러가 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지구멸망 예언서도 계속 눈길을 끈다.
"오컬트(occult)문화"가 황금시대를 맞고있다. 초자연적인 요술이나 주술
심령 점성 예언등의 현상을 다루는 문화장르들이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세기를 지탱하던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물러나고 "양자역학"
"혼돈과학"등 불확실성을 전제로한 학문이 학문전분야에서 새로운 대상으로
주목되면서 상식이나 일상을 벗어난 각종 현상에 대한 관심이
젊은이들사이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고있다.
최근에 실시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사후 세계를 기본적으로 믿고
40%가 믿지는 않지만 있을수 있다고 응답,긍정적인 회답이 70%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점"에 대해서는 약10%가 믿고있고 40%가량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여성쪽은 52%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대해서도 8%가 믿고 40%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일상을 벗어난 현상과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은것은
미래에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정보화사회에서의 정신적 소외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의 누적이나 우연적 요소의 과잉에 따른
자신감상실도 현대인들이 신비스러움을 찾게되는 무시할수 없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현상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지난해 우리 사회가 겪었던 "종말론
소동"과 같은 사회문제로까지 번질수 있다. "오컬트"가 현실도피의 수단이
될수있고 불안감을 해소할수 있는 도구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이후 철학을 지배했던 인과성이나 필연성을 등에 업은
합리주의가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논리나 합리성을 초월한 우연이나
정신적 세계에 대중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방향이 정립되어있지
않은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나 현대문명의 위기의식등도 복합적인 요소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고요"
만화가 이원복교수(덕성여대)는 이러한 현상도 대중성을 기치로 내건
포스트모던현상의 하나라고 진단한다.
이교수는 "특히 젊은 세대의 오컬트문화에 대한 관심이 건설적으로
자리잡으면 대중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면서 불안감을 해소할수 있는
순기능의 역할도 할수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오컬트문화가 유행병처럼 퍼지면 사회발전의 역기능을 하는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오컬트"를 "비결 신행"으로 번역하는 윤이흠교수(서울대.종교학)는
"오컬트문화의 번성은 사회가 정신적으로 병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징표이다. 비합리적이고 신비스러움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의 상식이나
논리를 생각하지않고 단순한 현실도피에서 자기를 합리화하거나 쾌락을
느끼며 심적 안정을 구가하는 것으로 건강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윤교수는 결국 "개인과 사회가 절제된 생활을 통해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와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고 고통이나 번민 공허감등을 풀어나갈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는 것이 현실을 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면서
"욕망이나 어려움을 참고 이겨낼수 있는 훈련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교수는 또 후기산업사회에서 정보의 과잉화로 인한 자신의 정체감
상실은 역사나 철학등 고전교육을 통해 회복될수 있다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컬티즘,이는 지적인 호기심의 대상이 될수있고 과학적인 연구대상도
될수있다.
그러나 이에앞서 이 문화가 20세기말의 현대 사회에서 왜 번성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춘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