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핵기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러시아의 비밀 핵도시
"톰스크-7"에서 6일 발생한 핵사고를 세계는 불안과 두려움의 눈으로
주시한다.

체르노빌의 악몽,거시윈의 소설에서 묘사된 묵시록적 장면의 연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러시아당국은 사고의 원인 피해규모 그리고 모든
안전시설의 현황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사고의 개요는 이렇다. 중부 시베리아남쪽 오비강 지류에 위치한
톰스크시 북쪽강변을 따라 12km 떨어진곳에 지도에도 없는 핵도시 톰스크-
7에서 폭발화재가 일어났다.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사고는 방사능
폐기물저장 탱크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방사능 폐기물탱크에 세척용제로
질산을 투입,압력상승으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인데 그것이 통상적인
처리과정이라면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나야 하는가.

원자로 가동에서 폐기물 저장과정은 대충 다음과 같다. 원료우라늄으로
원자로를 가동하면 폐기물이 나온다. 이 폐기물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및 폐기용액이 나온다. 고열의 이 폐기물용액은
냉각처리되어 컨테이너에 밀봉되어 지하저장소에 일단보관된다.
이번사고는 냉각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재처리공장의 일각에서 폭발 화재가 일어났다면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주변
시베리아 삼림지대엔 버섯구름이 피어 올랐을 것이다. 러시아당국의
축소지향적 발표와는 달리 광범위한 지역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엇갈린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는 체르노빌사고이래 세계가 구소련지역에서의 핵안전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터진 사고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50년대이후 지금까지 구소련지역에서 일어난 핵사고는 대형의 것만해도
12건에 이르며 이밖에 감춰진 대소사건은 셀수없이 빈발되어 왔다. 91년
한햇동안만 해도 15개원전시설에서 총270건의 가동중단사태가 일어났다.

핵위험은 안전시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핵무기.기술자유출,폐기물관리에도 해당된다. 동해에서의 핵폐기물 방엽도
한예다.

70여년에 걸친 공산체제의 붕괴로 현재 러시아에선 가치관의 혼돈,사회적
기강해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사고도 이러한 총체적 붕괴의 한
양상이다. 핵위협은 어디든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국내원전당국도 새삼 경각심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