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따블"을 외치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가는것 같아요. 저녁늦
게 두손가락을 펼치며 "따블"을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택시기사 김
정우씨(47)는 말한다. 15년째 택시를 몰았다는 그의 경험으론 따블소리와
경기는 비례한다.

"택시에 따블손님이 많아질땐 주식을 사야죠"(박광택
동부증권조사부장)증권업계에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이같은 "속설"은
택시경기가 시중경기의 선행지표가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내경기는 지금이 바닥임에 틀림없다. 정확히 말하면 경기는 바닥을
드러냈다. 군데군데에선 미미하나마 기지개를 켜는 조짐들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 판매대수가 그런 조짐중의 하나다. 3월중 승용차
판매대수는 사상처음으로 12만대를 넘어섰다.

올들어 3월말까지 승용차내수판매도 작년 동기보다 20%가량 늘었다. 물론
이같은 높은 증가율은 작년 1.4분기의 판매가 극히 부진했던데도 이유가
있다. 신차발매를 대비해 메이커가 대리점에 밀어낸 탓도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 기대가 큰만큼 승용차 판매시장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성영제대우자판판매담당이사)
특히 중형차종의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는건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내구소비재인 가전제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용산전자상가엔
제철도 아닌 냉장고 세탁기의 반출입이 눈에띄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
이맘때보다 20%는 족히 늘었을 거라는게 이곳 상인들의 말이다.

손명섭삼성전자전무도 "가전제품수요가 조금씩 고개를 쳐드는듯하다는게
대리점사장들의 얘기"라고 설명한다. 20여년 영업만을 해온 그가 느끼는
국내경기는 적어도 "최악만은 끝났다"는 감이다. 작년에 35만대선으로 뚝
떨어졌던 룸에어컨의 수요가 올해는 5만대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는데서도
이를 엿볼수 있다.

신사복메이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않다. 에스에스패션 반도패션
코오롱상사등은 금년도 중급품 브랜드매출을 17%에서 최고 50%선까지
늘려잡고 있다.

자동차나 신사복에서 중급품수요가 늘어난다는건 경기진단에 의미가 크다.
중급품이 잘팔려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소비수요의 저변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상품수요가 먼저 늘고 있는데서도 회복기미가
엿보인다. VTR 오디오 전자레인지등은 매기가 부진하지만 세탁기 냉장고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게 그 단적인 예다.

이런 저런 현상들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이 살아나고있다"는 해석을
낳을수 있다. 통계청 조사로는 작년 도시근로자는 월평균소득은
1백35만6천원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근로자가구당 평균저축액도 작년말 9백13만원으로 5년전에 비해 80%나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나고 쓰지않고 아낀만큼 경기가 웬만큼만 살아나면
구매력에 불이붙을거라는 분석이다.

주가상승이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이른바 "자산효과"가 나타나
잠재구매력이 실제구매로 이어질것도 분명하다.

이렇게 보면 경기는 분명 "꿈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꿈틀"이
전반적이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구석이
적지않다.

고용불안이 가시지않은데다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해 경기회복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투자선행지표인 기계류수입허가와
민간기계수주액이 모두 전년대비 감소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경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기지개를 켜고있는 것만은 사실이나 현재로선
경제의 반쪽부분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는
앞바퀴(설비투자)와 뒷바퀴(소비)가 함께 굴러가야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그런 진단이 가능하다.

<경기점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