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지구상의 만물을 생성 소멸시키는데 불가결한 에너지원이다.
태양의 소멸은 곧 지구의 종말을 뜻한다. 그만큼 태양이라는 존재는
위대한 것이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후 어느 종족이나 나라를 가릴 것
없이 신앙의 대상으로 태양신을 으뜸으로 꼽은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고대그리스의 헬리오스,고대로마의 아폴로,이슬람의 알라.모두가
태양신들이다.

태양은 인간에게 언제나 외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태양이 이 지상에
내려주는 시혜가 똑같은 것만은 아니다. 극지대에 가까운 곳에는 겨울이
되면 낮의 길이가 너무나 짧다는 얘기다. 특히 북유럽의 한겨울밤은
너무나 길어 음산한 느낌마저 들게한다. 동녘이 밝아 오면서 낮이 찾아온
것으로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덧 어둠이 깔리게 된다. 그 시기에 그곳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지루한 어둠에 질력이 났을 것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거의 같은 지역에서 살아온 여행객들로서는 생활리듬을 잃어버리
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보들레르의 시구라도 읊조리면서 기나긴 밤을 지새워야 할 판이다.
"진흙투성이인 캄캄한 하늘을 밝힐수 있으랴/아침도 없고 밤도
없는/별도,음산한 번개도 없이,송진보다 더 빽빽한/어둠을 찢어 버릴수는
없는가/진흙투성이인 캄캄한 하늘을 밝힐수는 없는가"
정상적 밝음의 일상뒤에 찾아오는 어둠은 휴식과 안정,정적과 안온을
가져다 주지만 어둠의 긴 터널은 답답함과 두려움,절망과 혼돈을 잉태해
주게 마련이다.

문제는 인간의 정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낮의 짧음은 작업시간을
짧게 하여 경제적 생산성을 낮게 만들고 조명에너지의 대량소비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천재지변시에도 적절히 대응할수 없다는 취약점이
있다.

그러한 어둠의 부정적인 면을 해소시켜줄 인공태양 실험이 오는 2월초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우주궤도에 태양빛을 반사하는 대형반사경(무게 40
kg,직경 20m)을 설치하여 일부지역의 밤을 보름달 밝기의 5배정도로 밝혀
주게 된다는것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반사경을 적재한 무인우주화
물선을 발사하여 우주정거장에서 대기하고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밤이 낮으로 바뀌는 지역의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조화시켜가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